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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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주기마다 늦게 오르는 섹터가 있다. 금융위기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온 이번 주기에선 금융부문이 그중 하나다. 이 기간 S&P500 지수가 연평균 14% 오르는 동안 금융업 지수 상승률은 연평균 9%에 그쳤다.

그런데 요즘엔 금융섹터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이 나오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 이래 금융부문은 14% 올랐다. 시장 전반 상승세보다 크다. 모간스탠리는 2021년 금융섹터가 상당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섯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여전히 매력적인 가격

모간스탠리는 최근 반등을 고려해도 금융섹터가 여전히 매력적인 가격에 있다고 본다. 주가순자산비율(PBR)으로 측정한 금융부문 상대가치평가는 25년만에 최저치 수준이다.

내년 실적 상승 전망

각 은행들은 당초 코로나19 타격으로 상당한 대출손실과 파산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해 현금 비축액(충당금)을 늘려왔다. 하지만 각국이 전례없는 재정·통화부양책을 내놓으면서 대출손실이 예상 대비 훨씬 적게 일어났다.

현재 소비자 신용카드 연체율은 20년내 최저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대출을 비롯한 소비자대출 연체율도 사상 최저 수준이다. 기업 부도는 감소세다. 이때문에 각 은행은 쌓아둔 충당금을 내년 중 실적에 반영할 전망이다. 각 은행 실적이 자연히 올라갈 것이란 애기다.

가팔라진 수익률 곡선

단기 국채와 장기 국채간 수익률 격차를 의미하는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가 가팔라지고 있다. 미 국채 금리가 장기물 위주로 상승하는 반면 단기 금리는 미 중앙은행(Fed)의 '비둘기적' 정책으로 인해 제자리 수준이라서다.

수익률 곡선은 이미 3년만에 가장 가파른 수준이다. 모간스탠리는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때문에 은행의 수익성은 더 좋아질 것이다. 각 은행이 소비자가 맡긴 예금에 대한 이자는 덜 내 주면서, 중앙은행에서 대출한 돈에 대해선 더 많은 이자를 받게 되서다.

경제 성장으로 인한 수익 증대

경제 성장도 금융기업 수익을 늘릴 전망이다. 주식시장은 강세를 보이고 있고, 기업공개(IPO)도 호황이다. 대출증가율도 탄탄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간스탠리는 한동안 인수합병(M&A) 등 기업간 거래가 활발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투자은행이 벌어들일 수수료도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은행 감독당국은 이미 은행이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재가동할 수 있게 하는 등 은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볼 때 당국이 내년 은행업계가 배당을 늘리도록 허용할 수도 있다. 이는 주가 상승 동력이 된다.

생산성 향상

은행업계 생산성 향상 움직임도 고려할 거리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화가 가속되면서 각 은행이 온라인 비즈니스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무(無) 현금 서비스, 지점 축소 등도 늘고 있다. 이는 모두 비용절감 효과를 낸다.

자동화와 '규모의 경제' 추세로 업계 일각에선 인수합병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다. 이는 대규모 은행과 소규모 핀테크 혁신주자 등에게 이득이 될 전망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최근 금융부문 상승세가 단순히 경기가 침체 후 회복세로 돌아설 때 일어나는 주기순환적 현상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모간스탠리는 장기적인 상승 동력이 작용하고 있는 영향으로 보고 있다. 금융부문 실적 저조 시대가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투자자들이 금융부문을 눈여겨 볼 것을 권고한다.

정리=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