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줄이기 위한 9000억달러 규모의 5차 부양책에 서명했다. 또 국방예산 등 별도 법안을 제외한 1조4000억달러 규모의 2021 회계연도(2020년 10월~2021년 9월) 연방정부 예산안에도 서명했다. 이로써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코로나19 부양책이 발효됐을뿐 아니라 예산안 불발시 29일부터 예고됐던 연방정부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도 피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성명을 통해 부양책과 예산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미 의회는 지난 21일 이들 법안을 처리한 뒤 24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는 물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까지 합의한 부양책에서 미국인 1인당 최대 600달러의 현금(재난지원금)을 지원하기로 한 걸 2000달러로 높일 것을 요구하며 서명을 미뤘다.

민주당은 반색했지만 친정인 공화당은 재정적자 증가를 이유로 반대했다.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 당선인도 전날 성명을 내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을 미루면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부양책에 서명하지 않았다며 미국인 1인당 최대 600달러의 재난지원금과 주당 300달러의 연방 실업수당이 지급되지 못하는건 물론 1400만명으로 추산되는 실업자 등이 현재 받고 있는 각종 보조금이 이달 내로 끊긴다. 임대료를 밀린 세입자들도 강제 퇴거 위기에 몰린다. 미국 서민 경제가 직격탄을 맞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을 미루다 돌연 마음을 바꾼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명 지연에 따른 여론 악화를 의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차기 미 상원 다수당을 좌우할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불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조지아주는 내년 1월5일 결선투표를 통해 연방 상원의원 2명을 뽑는다. 공화당은 이 중 최소 1석 이상을 확보해야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좌진 일부가 (부양책과 예산안에서) 반대할 점을 찾지 못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마음을 누그러뜨리라고 설득해왔다”고 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