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후 빈부격차 획기적 개선
하위층 소득 37% 급증..완전고용 실현
35세 이하 젊은층 순자산도 13% 늘어

경제 好성적에도 코로나에 선거 패배
'운 좋은 바이든', 내년 경기도 반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인들이 자국 내에서 생산된 코로나 백신의 우선 접종권을 갖는다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인들이 자국 내에서 생산된 코로나 백신의 우선 접종권을 갖는다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많은 사람의 운명을 바꿔 놨습니다. 그 중 한 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입니다. 지난 100년 간 미 대선에서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5명뿐이었습니다. 트럼프는 1992년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에 이어 28년 만에 자신으로선 비극적인 역사를 남기게 됐지요.

올 초만 해도 무난한 재선이 점쳐졌던 트럼프는 코로나 대응 실패 논란을 계기로 무너졌습니다. 바이러스 진앙지인 중국을 더욱 혐오하게 된 배경이죠. 트럼프는 여전히 코로나를 ‘차이나 바이러스’라고 부릅니다.

올 초까지 트럼프의 재선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건 미국 경제가 호황을 구가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포함해 주요국 경제가 급속히 위축되던 시기에도 미국은 나홀로 승승장구했습니다.

사실 수 년 간 추락해온 한국 경제 성장률은 작년엔 잠재 성장률(2.5~2.6%)조차 밑도는 2.0%에 그쳤습니다. 한국은 경제 규모가 13배 큰 데다 성장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는 미국에도 역전 당했던 겁니다. 역시 코로나 사태로 가려졌습니다만.

작년까지 미국 경제가 구가했던 호황은 여러 수치로도 증명됩니다.

미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고용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직전이던 2월 실업률은 ‘완전 고용’ 수준까지 떨어졌지요. 단 3.5%였습니다. 당시 ‘최선을 다한’ 통계로도, 한국 실업률은 4%대였지요.

‘트럼프노믹스’(트럼프의 경제 정책)가 더 놀라웠던 점은 빈부 격차를 줄였다는 겁니다. 감세와 규제 완화로 대표되는 자유 시장경제 정책을 밀어 붙였는데, 결과적으로 저소득층 삶의 질을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이 끌어 올렸습니다.

미 중앙은행(Fed) 자료에 따르면, 소득 하위 5분위 계층의 작년 순자산이 트럼프 정부 출범 이전이던 2016년 대비 37%나 급증했습니다. 이에 반해 상위 5분위 계층의 순자산은 거의 변동이 없었지요.

사회적 약자로 꼽히는 흑인과 히스패닉 인종의 순자산 증가율은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같은 기간 이들의 순자산은 각각 33%와 65% 늘었지요. 백인의 순자산 증가율은 3%에 그쳤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그 과실이 사회적 약자에게 더 많이 돌아간 겁니다. 고용주들이 자발적인 임금 인상에 나섰고, 근로자 교육에 더 많이 투자하도록 만들었다는 게 Fed의 분석입니다.

같은 기간 만 35세 이하의 젊은층 소득 역시 13% 급증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고의 성적을 내면서 호황기를 이끌었던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며 “연간 4만달러 이하의 수입을 올리던 저소득층 가운데 약 40%가 올해 3월 한꺼번에 실직했던 게 비극의 시작”이라고 했습니다.

팬데믹 이전 수 개월 간 매주 20만 건을 밑돌던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코로나 사태 직후 600만 건으로 폭증했습니다.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지난주에도 85만 건을 넘었지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공연업계 종사자들이 지난 10월 경제활동 재개 허용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공연업계 종사자들이 지난 10월 경제활동 재개 허용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가장 큰 피해를 본 계층은 역시 흑인 히스패닉 등 사회적 약자였습니다.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탓에 주로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올 4월 미국 실업률은 14.7%까지 급등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례없는 보건 위기 속에서 비교적 쉽게 승리를 거머쥐었으니까요.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도 바이든은 현장을 찾는 대신 델라웨어 윌밍턴 자택에서 ‘원격 유세’를 많이 했습니다.

더구나 내년엔 미국 경제가 급반등할 게 확실시됩니다. 올해 최저점까지 떨어졌던 데 따른 기저 효과 덕분이죠.

바이든이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 이후엔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코로나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악의 침체기를 지나 반등할 일만 남은 상황에서, 바이든이 그 과실을 따먹을 수 있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IHS마킷 옥스퍼드경제연구소(OEF) 등 경제 전망 기관들은 미국 경제가 올해 마이너스 기록을 딛고 내년에 3.1~3.8%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럼 2000년대 초반 이후 약 20년 만에 최고의 성적을 내게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부정 선거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요즘도 하루 여러 건의 트윗을 띄우고 있지만 미국 언론은 아예 관심조차 보이지 않지요. 대세가 이미 기울어졌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지지자 중 상당수도 “4년 후”를 기약하자고 합니다.

트럼프는 퇴임 과정에서 약간의 오점을 남기게 됐습니다. 하지만 지난 4년 간 보여줬던 ‘위대한 자산’의 자취는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