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첨단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줄줄이 사들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덕분에 쌓은 막대한 자금을 발판 삼아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현금 넘치는 美 빅테크들 '미래 선점'…애플, AI·VR 스타트업 올해 6개 인수
미국의 5대 정보기술(IT) 기업인 ‘GAFAM’(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이 올 들어 실시했거나 추진 중인 인수합병(M&A)은 20여 건에 달한다. 애플이 가장 적극적인 M&A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애플은 올해 6건의 M&A를 했다. AI를 활용해 동영상에 나온 사물을 분석하는 ‘빌링스’, VR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업체 ‘넥스트VR’, 머신러닝 날씨 예보 앱 개발업체 ‘다크스카이’ 등을 인수했다. AI 음성비서 서비스 ‘시리’와 같은 애플의 기존 서비스들이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이란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M&A를 통한 경쟁사 따라잡기에 뛰어들었다. 모바일 네트워크 기술 기업 ‘어펌드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 업체 ‘메타스위치 네트워크’ 등을 사들여 기업 클라우드 시장 1위인 아마존을 뛰어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9월 세계적인 게임회사 ‘제니맥스미디어’를 인수하기로 한 것도 게임 부문 경쟁사인 소니를 겨냥한 행보로 해석된다. MS는 10년 후 비디오게임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M&A는 기존 사업의 효율성을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죽스’를 매입해 더욱 저렴하고 신속한 배달을 위한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빅테크는 신사업 진출의 ‘관문’으로도 M&A를 이용하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스마트워치 업체 ‘핏빗’을 사들여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페이스북은 최근 챗봇 스타트업인 ‘커스터머’를 인수하고 온라인 쇼핑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빅테크가 공격적인 M&A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수혜가 이들 기업에 집중되면서 막대한 자금을 확보한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월 1일 4조3601억달러였던 ‘GAFAM’의 시가총액은 7일 기준 7조3400억달러로 68% 급증했다. 올 들어 3분기(1~9월)까지 이들 기업이 거둬들인 순이익은 약 1280억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10% 가까이 증가했다.

일각에선 이들의 시장 장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는 코로나19 이후 유망한 신사업이 쏟아질 것으로 보고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싹쓸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