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 국방장관에 흑인 4성 장군 출신의 로이드 오스틴 전 중부군 사령관(67·사진)이 내정됐다고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대로 인선이 이뤄지고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미 국방부 73년 역사상 첫 흑인 수장이 탄생한다. 오스틴은 바이든의 대선 승리에 기여한 당내 진보파와 흑인들을 달래기 위한 카드로 꼽히지만 청문회 통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스틴은 앨라배마주 모빌 출생으로 1975년 미 육군사관학교 졸업 후 2016년 전역까지 41년간 전선을 누빈 직업 군인이다. 지휘관 경력의 대부분을 중동에서 보냈다. 2008년 이라크에서 다국적군을 지휘했고, 2012년 흑인으론 처음으로 육군 참모차장에 올랐다. 이듬해엔 중동을 관할하는 중부군 사령관에 취임해 이라크에서 테러 조직인 이슬람국가(IS) 퇴치 작전을 지휘했다. 바이든 당선인과는 중부군 사령관일 때 다양한 분야에서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CNN은 전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오스틴을 낙점한 것은 당내 진보진영과 흑인층을 의식한 행보로 분석된다. 당초 바이든 인수팀 안팎에서 초대 국방장관 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 인물은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국방차관을 지낸 미셸 플러노이였다. 국방차관 경력이 있는 데다 여성이란 점에서 다양성을 강조하는 바이든 정부와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보진영에서 플러노이가 과거 컨설팅회사에서 방위산업체와 거래했으며 중국과 파국적 대결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반대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게다가 흑인들은 바이든 내각 요직에 흑인이 적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캐런 베이스 블랙코커스(미 의회 흑인의원 모임) 회장은 전날 CNN에 출연해 “(바이든이) 국방장관에 흑인을 기용한다면 대단할 것”이라며 오스틴과 함께 오바마 정부에서 국토안보부 장관을 지낸 제이 존슨을 후보로 제안했다. 하지만 존슨은 과거 불법 이민자 가족을 구금·추금했다는 이유로 진보진영에서 기피하는 인물이다. 바이든이 오스틴으로 기운 배경이다. 바이든 인수팀 사정을 잘 아는 국방부 관리는 폴리티코에 “인수팀은 오스틴을 안전한 카드로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스틴도 약점이 있다. 군 출신이 국방장관이 되려면 전역한 지 7년 이상 돼야 하는데 오스틴은 4년밖에 안 됐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의회에서 예외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공화당의 다수당 수성이 유력한 상원이 그렇게 해줄지 불확실하다.

1947년 국방부 창설 이후 전역한지 7년 미만 군 출신이 수장에 오른 경우는 1950년 조지 마셜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제임스 매티스 단 두 명뿐이다.

바이든은 이날 차기 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에 하비에르 베세라 캘리포니아 법무장관(62)을 지명하고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을 유임시키는 동시에 코로나19 관련 대통령 수석의료보좌관에 지명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