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은 8일(현지시간)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정부는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로부터 2회 접종으로 구성된 코로나19 백신 300만 회분을 구입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스위스 국민 150만 명에게 일단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됐다.

스위스 정부는 미국 모더나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도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로이터는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모두 스위스 보건당국으로부터 긴급사용 승인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들 제약사의 백신 후보물질 임상 3상 자료 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꼼꼼한 리뷰 과정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 등을 점검하겠다"고 설명했다.

인도 정부 역시 미국 화이자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신청한 백신 긴급 사용승인 여부를 빨리 결정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백신 생산회사인 세룸 인스티튜트가 백신 물량 공급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룸 인스티튜트는 최근 인도 보건 규제당국에 백신 긴급 사용승인을 신청했다.

아다르 푸나왈라 세룸 인스티튜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긴급 사용승인 신청 사실이 알려진 뒤 "백신 긴급사용 허가로 인해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시간을 다투는 작업이어서 가능한 빨리 검토를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의 바라트 바이오테크도 이날 긴급 사용승인을 신청했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영국 정부는 이날을 'V-데이'라고 칭하면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준비에 주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영국은 이날부터 전국에서 80세 이상 노인 등에게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백신을 접종한다.

이를 위해 잉글랜드 지역에 50개 거점 병원을 지정했고 다른 지역도 병원을 중심으로 접종한다. 벨기에에서 생산된 화이자 백신 80만 도즈(40만 명분)는 유로터널로 영국으로 들어와 비밀 지역에 보관되다가 각 병원으로 이송됐다. 국민보건서비스(NHS) 직원들은 지난 주말 접종 대상자를 분류하고 면역 반응 치료소를 준비했다.

초기 접종 대상자는 현장 의료인력, 80세 이상, 요양원 직원이다. 요양원 거주자들은 2주 내 접종을 시작한다. 코로나19 백신은 첫 접종을 받고 나면 3주 뒤 두 번째 접종을 하고 면역력은 그로부터 1주 후에 생긴다. 백신 접종은 무료다.

코로나19 피해가 막대한 영국은 백신을 돌파구로 삼고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2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 백신에 긴급사용 승인을 내린 데 이어 1주일도 안돼 접종을 시작한다. 이를 두고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성급하다'고 지적했다가 발언을 무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백신 정책을 '자화자찬'하던 영국 정부는 발끈하는 한편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데 따른 성과라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맷 행콕 보건장관이 백신 접종 시작일을 'V-데이'라고 부른 것은 2차대전 당시 윈스턴 처칠이 애국심을 호소하며 승리의 'V'표시를 했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의 초저온에서 보관해야 하고, 운반 시에는 드라이아이스로 채운 특수 박스를 이용해야 하다 보니 접종하기까지 비용과 특수장비, 인력이 대거 소요된다. 이 때문에 일단 시작은 했지만 내년 봄은 훌쩍 지나야 영국 정부가 목표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현재까지 2000만 명에게 면역을 생성시킬 수 있는 분량의 화이자 백신 4000만 도즈(1회 접종분)를 구매했으며 인구의 40%인 2500만명 접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국은 7일 신규 확진자가 1만4718명에 달했고 사망자는 총 6만1434명이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