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 지켜주려는 부모들, 코로나19 안전한 줌 서비스로 몰려
산타들, 반짝특수로 오히려 즐거운 비명…대형 백화점들도 '줌 행사' 대체
코로나가 바꿔놓은 성탄 풍경…산타할아버지, '줌' 타고 오시네
"아, 아, 잘 들리시나요.

산타클로스입니다.

성탄절 잘 보내세요.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시대가 해마다 연출돼온 성탄절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올 성탄절에는 어린이가 화상 전화 프로그램인 '줌'으로 산타를 만나는 이색적인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될 예정이라고 미 CNN방송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방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 없이도 산타를 만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탄을 앞두고 손꼽아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동심을 지켜주고 절박한 마음에서 부모들이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피해 '화상 접선' 쪽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들 입장에선 길게 늘어선 줄 없이 바로 산타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성탄절마다 산타 분장을 하고 미국 내 각지를 찾아 다녀온 돈 화이트(79)와 메리 로저스(73) 부부는 지난달 추수감사절 연휴 전부터 성탄절을 주제로 꾸민 방 안에서 '줌'을 통해 어린이들을 만나고 있다.

다소 생소하지만, 이들의 아들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비짓프롬더클로스.com'(VisitFromtheClauses.com)를 찾는 부모들이 늘면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틈새시장 공략으로 오히려 예기치 못한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남편 화이트씨는 "올해는 일이 많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일을 시작한 이래 가장 바쁜 시기가 됐다"면서 "많은 부모가 아이를 즐겁게 해주려고 여러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받는 돈은 5분에 49달러(약 5만원), 10분에 69달러(약 7만5천원)다.

식당, 박물관, 행사장 등을 누비던 예년에 비해 투입되는 지출도 줄었다.

이동 비용이 들지 않는 데다 시간도 절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부부는 신청이 많은 날에는 최대 9시간 동안 카메라 앞에 앉아있기도 한다고 전했다.

화이트씨는 "올해는 수입이 서너 배는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어린이들과 만나 무릎에 앉히고 말할 때는 뒤통수만 보이지만 지금은 어린이들과 눈을 마주치고 얘기할 수 있다"면서 "어린이들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성탄 풍경…산타할아버지, '줌' 타고 오시네
대형 백화점 등에서 해마다 진행돼온 산타와의 만남도 그 방식이 달라졌다.

미국 뉴욕 헤럴드 스퀘어에 있는 메이시스 백화점은 160년 만에 처음으로 어린이들을 위해 열어온 오프라인 산타 행사를 취소하고, 온라인으로 산타와 셀카를 찍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미국과 캐나다의 백화점 등에 산타 분장 배우를 보내고 있는 '체리 힐 프로그램
도 줌을 통해 만남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했다.

프로그램 관계자는 이를 위해 뉴저지에 있는 본사의 25%를 성탄절 분위기를 낸 스튜디오로 개조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 산타와의 만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한 관계자는 "수요가 많아 놀랐다"면서 "이것은 단순한 줌 대화 이상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산타를 직접 만나고 싶어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화상 전화는 매우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해준다"고 말했다.

이처럼 줌을 통한 산타와의 대화가 인기를 끌면서 많은 업체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이러한 줌 대화를 지속하는 쪽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