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우구르 사힌(55)이 세계 500대 부자 안에 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시간) 사힌 CEO의 순자산이 51억달러(약 5조5700억원)로 추산돼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세계 493번째 부자가 됐다고 전했다. 그는 바이오엔테크 지분 18%를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엔테크 주가는 영국이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을 승인한 2일 이후 10% 가까이 상승하는 등 올해 250% 이상 뛰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은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95%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은 오는 10일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사힌 CEO는 2008년 부인 외즐렘 튀레지(53)와 함께 바이오엔테크를 창업했다. 튀레지는 현재 바이오엔테크의 최고의료책임자(CMO)다.

이들 부부는 1960년대 독일에 이민한 터키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이민 2세다. 이들의 성공은 '흙수저의 성공'과 '이민자의 쾌거'로 표현된다.

바이오엔테크는 항암 분야에 초점을 맞춰오다가 지난 1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눈을 돌렸다. 당시 사힌 CEO가 중국 우한에 다녀온 한 가족의 코로나19 감염과 관련된 논문을 읽은 것이 계기로 알려졌다.

바이오엔테크 주주 중엔 사힌 말고도 억만장자가 또 있다. 바이오엔테크 지분 절반가량을 소유한 독일 쌍둥이 억만장자 투자자 스트룽만 형제다. 이들의 재산은 약 244억달러(약 26조9000억원) 규모다. 스트룽만 형제는 사힌 부부가 바이오엔테크를 설립하기 이전인 2001년 다른 벤처를 설립했을 때부터 지원해왔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잇따라 억만장자를 탄생시키고 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과 같이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활용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 모더나의 주가도 올해 650% 이상 상승하면서 스테파네 방셀 CEO와 초기 투자자들이 억만장자가 됐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