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법원, 트럼프 '전문직 H-1B 비자 요건 강화'에 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이유로 전문직 취업비자(H-1B) 발급 요건을 강화한 조치가 미 연방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1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법은 이날 미 상공회의소가 엄격해진 H-1B 비자 발급 규정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국토안보부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국토안보부는 지난 10월 초 전문직을 가진 외국인에게 내주는 H-1B 비자의 발급 요건을 강화하는 방침을 발표해 기업과 대학 등의 반발을 샀다. 새 규정에 따르면 H-1B 비자를 발급받으려면 신청인이 종사 분야에 맞는 학위를 보유해야 하는 등 학위와 연봉 기준이 한층 까다로워졌다.

이와 관련, 켄 쿠치넬리 국토안보부 차관 대행은 새로운 기준에 따라 이 비자 신청자의 3분의 1이 거절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더힐에 따르면 H-1B 비자는 연간 약 8만 5000명의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발급돼 왔다. 이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 대부분은 중국과 인도 국적자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국토안보부는 요건 강화와 관련해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줄고 있어 취한 긴급 조치'라는 취지로 법원에 소명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제프리 화이트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방침을 이전부터 검토해 오다가 10월에야 발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긴급 대책이라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이미 H-1B 비자 요건 강화 방침을 예고했다.

화이트 판사는 "코로나19 대유행은 국토안보부의 통제력을 넘어섰다"며 "다만 조금 더 일찍 움직였더라면 통제하에 둘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트럼프 행정부가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피고(정부)가 행정절차법(APA)을 어겨가면서까지 이번 규정을 시행해야 할 합리적 근거를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