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세계 최초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2일(현지시간) BBC 방송,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보건부는 "오늘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의 사용을 승인하라는 (독립 규제기관인)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의 권고를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수개월간의 철저한 임상 시험과 데이터 분석 과정을 거친 뒤 MHRA는 이 백신이 안전과 질, 효능에 있어 철저한 기준을 충족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부터 영국 전역에서 백신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한 것은 영국이 처음이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달 20일 화이자 백신의 승인을 위한 적합성 평가를 MHRA에 공식 요청했다.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승인했고 중국 군이 내부에서 바이오기업 '칸시노 바이오로직스'(CanSino Biologics) 백신의 사용을 허가했지만 제대로 된 임상 시험을 거쳐 면역 효과가 검증된 백신이 서방 국가에서 승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는 영국의 긴급사용 승인을 환영하며 "MHRA가 신중하게 평가하고 영국인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에 적시에 나서준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추가 백신 사용 승인을 기대하면서 고품질의 백신을 전 세계에 안전하게 공급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는 지난달 2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 신청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영국 보건부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 사용 승인이 난 것과 관련해 접종 프로그램이 다음주 초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백신 접종 및 면역 공동위원회(The Joint Committee on Vaccination and Immunisation·JCVI)가 접종 우선순위 등의 권고사항을 담은 지침을 곧 내놓을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인구의 3분의 1인 2000만명이 2회분을 투여받을 수 있도록 4000만개의 화이자 백신을 선주문했다.

이중 1000만개가 우선적으로 사용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첫 물량은 수일 내에 영국에 도착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더라도 집단면역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계속해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코로나19 검사 및 자가 격리 등 현재의 조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사용을 승인받은 화이자 백신은 임상 시험 결과 95%에 달하는 면역 효과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 백신의 문제점은 유통이다. 이 백신은 영하 70도의 초저온에서 저장해야 해 드라이아이스로 채운 특별한 박스를 이용해 운반해야 한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