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사진)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이 완전히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 지역 병원이 다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환자가 늘고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쿠오모는 “의료진 부족 사태가 현실화해 퇴직한 의사와 간호사를 대상으로 근무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조만간 경제활동 중단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악몽 같았던 올봄의 ‘뉴욕 폐쇄’가 불가피할지 모른다는 경고다.

미국의 코로나19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코로나 입원 환자는 이날 현재 9만3000여 명에 이른다. 중환자실(ICU)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도 1만8000명을 넘었다. 올 3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선언 후 대확산했을 때보다도 많은 숫자다.

미국의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1382만여 명, 사망자는 27만4000여 명으로 기록됐다. 인구 대비 확진자 비율은 4.2%. 100명 중 4명 넘게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얘기다. 한국(0.0007%)과 일본(0.001%)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이다. 메건 래니 브라운대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환자가 갑자기 늘다 보니 병원들이 평소처럼 대처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지금은 미국의 50개 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국가적 재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뉴햄프셔 미네소타 등 여러 주에선 강력한 봉쇄 조치에 나섰거나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주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전국적으로 여행 수요가 급증했던 탓이다. 가족과 친인척 간 대면 접촉이 많았던 탓에 감염자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란 게 방역당국의 우려다. 데버라 버크스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은 CBS에 출연해 “연휴 기간 여행을 다녀왔거나 모임에 참석했다면 일단 감염된 것으로 간주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는 이날부터 1000만여 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3주간 자택 대피령을 발동했다. 필수 인력을 빼고선 가급적 집에 머물러야 한다. 외부 모임은 할 수 없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불행하게도 코로나 환자가 2~3주 안에 지금보다 늘어날 게 확실시된다”며 “미국은 정말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이 대량 배포될 것으로 기대되는 내년 봄까지 경기 하강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경제의 미래가 지극히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파월은 “미국 경제의 앞날은 바이러스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억제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사람들이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게 안전하다고 확신할 때까지 완전한 경제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 백신의 모든 게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