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도입 후 영공방어ㆍ정찰 임무서 맹활약
성능개량형 F-4EJK 주력, 잔여기는 시험용으로 재활용

일본 항공자위대가 50년 가까이 운용해오던 F-4EJ 팬텀 전폭기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더 드라이브, 에비에이션니스트 등에 따르면 일본 항공자위대는 지난 20일 도쿄 북방 햐쿠리(百里) 기지에서 이 기지에 배치된 제301 비행대 소속 F-4EJK의 퇴역식을 했다.

이에 따라 항공자위대는 지난 1972년 미국에서 도입한 팬텀기 두 대를 햐쿠리 기지의 제301 비행대에 처음으로 배치한 것을 시작으로 48년 동안 전투 임무에 투입해온 이 '명품 전폭기'를 퇴역시켰다.

일본은 베트남전에서 팬텀기가 맹활약하는 데 고무돼 이를 차기 전투기로 선정하고 140대를 도입했다.

이 가운데 두 대는 미국에서 직접 도입하고 나머지 138대는 지난 1981년 5월까지 미쓰비시중공업에서 면허 생산했다.

그러나 이들 팬텀기는 성능 면에서 많은 제약이 있었다.

日, 48년 만에 '팬텀' 전폭기 시대 마감
무엇보다 공중전 능력이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다.

M61 기관포와 AIM-9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이 전부였다.

또 공중급유도 받을 수 없고, 공대지 능력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日, 48년 만에 '팬텀' 전폭기 시대 마감
이에 따라 일본은 지난 1982년부터 팬텀기들에 대한 성능 개량작업에 들어갔다.

모두 96기가 개량작업 대상에 포함됐으며, 이 작업을 거친 팬텀기에는 개량을 뜻하는 'KAI'(改)가 붙었다.

개량형 팬텀기에는 AN/APG-66J 레이더와 일본에서 면허 생산된 F-15J 항법 체계와 유사한 AN/ASN-141 체계가 적용됐다.

개량기는 또 최신 조종기(HOTAS), 전방표시장치(HUD), AN/APX-76A 피아식별장치(FOE), J/APR-6 레이더경보수신기, AN/ALE-40 자기방어용 디스펜서 등 당시에는 최고 수준의 장비도 장착했다.

무장 수준도 크게 향상됐다.

사거리 170㎞의 일본제 93식 ASM-2 공대함미사일과 역시 사거리 13㎞의 90식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및 합동직격탄(JDAM) 등도 탑재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2천 시간 추가 비행이 가능하도록 기체 개량작업도 추가됐다.

항공자위대는 또 정찰용으로 팬텀기(RF-4E)를 운영했다.

日, 48년 만에 '팬텀' 전폭기 시대 마감
더 드라이브는 항공자위대가 전성기에는 4개 기지의 6개 비행대에서 팬텀기를 운영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 비행대는 점차 F-15J와 F-2 등 최신예 기종으로 변모했다.

제301 비행대와 함께 마지막까지 팬텀기를 운영하던 제501 정찰비행대는 지난 3월 마지막 비행 임무를 수행했다.

제301 비행대는 미사와 기지로 옮겨 F-35A 스텔스기 비행대로 재편된다.

항공자위대는 팬텀기 일부 기체를 시험비행단용으로 전환해 사용하기로 했다.

한편 미국은 지난 2016년 남아 있던 13대의 팬텀기를 공식 퇴역시키고, 이를 F-35 스텔스 전투기 등의 최첨단기 지상표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지난 1958년 첫 비행을 한 후 1961년부터 실전 배치된 팬텀은 애초 미 해군의 함대 방어용으로 개발됐다.

항공모함 등 함정에 적기가 접근하기 이전에 요격할 목적으로 개발된 팬텀은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의 '특명'에 따라 공군과 해병대도 임무 특성에 맞게 개량한 기종을 운용했다.

이륙 중량만 30t인 육중한 기체에도 오랫동안 요격, 폭격, 정찰 등 다양한 임무에 투입된 것은 강력한 엔진, 조종사와 항법사 겸 무장사 등 두 명이 타는 복좌식 구조 덕택에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산업체 맥도널 더글러스(MD)가 제작한 팬텀의 생산 대수는 5천197대로 미국 외에도 한국, 영국, 호주, 이스라엘, 일본 등 11개국이 도입해 운용해왔다.

日, 48년 만에 '팬텀' 전폭기 시대 마감
팬텀은 애초 함대 방어기로 개발된 만큼 초기 기종은 공대공 미사일만 적재했다.

그러나 베트남전이 격화하기 시작한 1967년부터 팬텀은 북베트남(월맹)이 소련으로부터 받은 미그-21(MIG-21) 전투기에 대항한 공중전 임무를 수행하려고 기관포(20㎜)도 장착했다.

북베트남군 미그기에 맞선 공중전에서 팬텀은 강력한 엔진 덕택에 높은 추력과 상승 기동을 통해 사격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 잇따라 상대기를 격추했다.

이에 따라 팬텀에는 '미그기 킬러'라는 별명이 따라붙게 됐다.

또 지난 1973년 4차 중동전에서도 이스라엘 공군은 127대의 팬텀을 동원해 이집트, 시리아 등 아랍 연합군의 미그 전투기보다 우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F-4E 기종은 재래식 폭탄과 집속탄, 레이저유도폭탄 등 각종 폭탄, 스패로와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 등 최대 8.4t의 무장 적재 능력을 갖췄다.

한국도 지난 1969년 1개 대대 분량의 F-4D 기종을 도입한 이후 2010년 퇴역할 때까지 41년 동안 운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