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관한 폭로 서적들을 잇따라 펴낸 미국 출판사 사이먼앤드슈스터가 미국 최대 출판사인 펭귄랜덤하우스에 매각된다. 미국 책 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하는 거대 출판사가 탄생할 전망이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이먼앤드슈스터의 모회사 비아콤CBS는 21억7500만 달러(약 2조4000억원)에 사이먼앤드슈스터를 펭귄랜덤하우스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펭귄랜덤하우스의 모기업인 독일 미디어기업 베텔스만은 미국 1위 출판사와 3위 출판사(사이먼앤드슈스터)를 모두 거느리게 됐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도 사이먼앤드슈스터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뉴스코프는 미국 2위 출판사인 하퍼콜린스를 보유 중이다.

1924년 설립된 사이먼앤드슈스터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스콧 피츠제럴드, 데일 카네기 등 고전 작가들의 책을 주로 펴낸 출판사로 잘 알려져있다. 최근에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그 일이 일어난 방》과 대통령과 앙숙 사이인 조카 메리 트럼프의 《너무 많고 절대 충분치 않은》,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 밥 우드워드의 《격노》 등을 출판했다.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내용의 책이다.

펭귄랜덤하우스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회고록 《약속의 땅》과 그의 아내 미셸 여사의 자서전 《비커밍》 등을 출판한 회사다. 댄 브라운, 타네하시 코츠, 다니엘 스틸 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책을 다수 펴냈다. 펭귄랜덤하우스는 22개국에서 325종류의 책을 내고 있다. 도서 판매 부수를 집계하는 NPD 북스캔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미국에서 판매되는 책의 약 25%를 펭귄랜덤하우스가 점유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이먼앤드슈스터(9.1%)를 인수하게 되면 시장 점유율은 34%를 웃돌게 된다.

거대 출판사의 출범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컨설팅 업체인 마켓 파트너스 인터내셔널의 로레인 샨리 사장은 “두 출판사가 합칠 경우 책 유통 시장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며 “중소형 출판사뿐 아니라 다른 대형 출판사들도 점점 경쟁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심자산인 사이먼앤드슈스터를 매각하기로 한 비아콤CBS는 매각 수익을 스트리밍 서비스에 투자하거나 배당금 지급과 채무 상환에 활용할 계획이다. 비아콤CBS는 내년에 온라인 스트리밍서비스(OTT)인 ‘파라마운트+’를 출시할 계획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