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열과 함께 오한 근육통 설사 소화불량 등 여러 증세가 한꺼번에 나타났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 자가 격리와 함께 코로나 테스트를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한국처럼 미국에서도 코로나 테스트엔 별도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건강보험을 갖고 있으면 보험사가 일부 부담하고, 보험이 없다면 연방 및 주정부가 전액 부담합니다.

문제는 코로나 의심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겁니다. 뉴욕 및 뉴저지주에서 코로나 테스트 예약을 하려고 관련 사이트에 접속하니, 24시간 내 가능한 곳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증상이 심각할 경우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틀 후로 예약한 뒤 먼 거리를 운전해 대형 약국 체인 CVS의 드라이브 스루 테스트 장소를 찾았습니다. 시간대별로 차량 대수를 제한한 덕분에 대기 시간이 길지 않았지만 테스트를 받으려는 차량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검사는 자가 테스트 방식이었습니다. CVS의 두꺼운 유리창 밖으로 건네진 검체 패키지를 받은 뒤 차 안에서 콧속(비강) 이물질을 채취해 시험관에 담았지요. 혼자서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이어서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면봉을 콧속 깊숙히 집어넣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결과를 받기까지 또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30분 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항원진단 키트는 물량 부족 때문에 처음부터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유전자 증폭 방식의 분자진단(PCR) 검사인데다 검사자가 워낙 많은 탓에, 3일 만에 결과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코로나 의심 증상이 발현한 후 5일이 지난 시점에서야 코로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결과는 음성이었습니다.) 이런 시스템이 미국 내 확진자를 증폭시키는 원인 중 하나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의 대형 약국 체인인 CVS에서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최근 코로나 테스트를 받고 있는 감염 의심자들. 뉴욕=조재길 특파원
미국의 대형 약국 체인인 CVS에서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최근 코로나 테스트를 받고 있는 감염 의심자들. 뉴욕=조재길 특파원

◆“제발 가족 모임 갖지 마세요”

요즘 미국은 곳곳에서 전쟁을 치르는 분위기입니다. 몇 달 전만 해도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적지 않았는데, 지금은 거의 100% 착용합니다. 그만큼 다들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죠.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24일(현지시간) 하룻동안 2146명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5월 11일 이후 6개월여 만의 최대치입니다. 신규 감염자는 하루에 20만 명 가까이 나오고 있지요. 가히 폭발적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뉴욕 내 일반 병원에서 코로나 환자를 다 수용할 수 없어 길거리 야전 병원을 다시 설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코로나 일일 감염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26일) 연휴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죠. 한국의 추석처럼 미국에서도 추수감사절을 맞아 본가를 찾는 게 전통입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주 “올해는 제발 가족 모임을 갖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던 배경이죠. 하지만 추수감사절 이동이 시작된 지난 20일부터 5일 간 약 500만 명이 미국 내 공항을 통해 이동했습니다.

◆“먹을 게 없다”는 미국인 2600만 명

미국은 세계 최대의 코로나 감염국입니다. 누적 확진자가 현재 1307만 명에 달하지요. 2위 인도(926만 명)와 3위 브라질(612만 명)을 큰 격차로 제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만 이미 26만여 명의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아직 백신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세계 최강국 미국은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이 2600만여 명에 달한다는 조사도 나왔지요.

정치 매체인 더힐 보도에 따르면, 미 인구통계국 조사 결과 “먹을 게 충분하지 않다”고 답변한 미국인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뉴욕 증시가 급등하고 비트코인 가격도 많이 뛰었지만 서민 고통은 훨씬 가중됐다는 얘기입니다.

실업난이 심각한데다 비접촉 문화가 정착하면서 사회보장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결과로 보입니다. 올해 3월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엔 미국 내 관공서 학교 등이 수시로 문을 닫고 있지요.

학교에서 지급하는 무료 급식 혜택을 보던 저소득층 자녀들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재확산하면서 미국의 대형 할인점에서 생필품 사재기가 또 등장했다. 25일(현지시간) 뉴저지주 할인점 숍라이트에선 1인당 화장지를 한 개씩만 구입할 수 있도록 했는데도 판매대가 텅 비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재확산하면서 미국의 대형 할인점에서 생필품 사재기가 또 등장했다. 25일(현지시간) 뉴저지주 할인점 숍라이트에선 1인당 화장지를 한 개씩만 구입할 수 있도록 했는데도 판매대가 텅 비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1년 후엔 완전한 회복 가능할까

CNBC는 25일 “미국 내 코로나 환자가 폭증하면서 의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 전문인력들이 탈진한(exhausted)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하룻동안 코로나 관련 5개의 트윗을 띄웠지요. 바이든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지금이 무척 힘든 시간이란 걸 잘 안다”며 “하지만 추수감사절 연휴에 모임을 갖지 말아 달라”고 거듭 당부했습니다. 또 ‘코로나와의 전쟁’이라고 표현한 뒤 “단합된 힘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자”고 했지요.

코로나 재확산과 함께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를 맞을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여러 주(州)에서 경제 봉쇄 조치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죠.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콜로라도 미네소타 펜실베이니아 오리건 등이 추가 봉쇄에 나섰습니다. 뉴욕 역시 식당·주점 등의 실내영업 재금지를 검토하고 있지요.

다음달 말이면 코로나가 세상에 출현한 지 딱 1년이 됩니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 보고됐을 때만 해도 1년 넘게 전 세계에 이렇게 큰 상처를 남길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1년 후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