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외국인 기업 소유 관련 제한을 대폭 완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저유가 장기화로 경제가 타격을 받자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다.

23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UAE는 대통령령으로 상업회사법을 개정해 외국인 기업 소유 관련 규정 여럿을 완화했다. 기업 이사회 대부분을 UAE인으로 채우고, 이사회 의장이 UAE인이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UAE는 또 외국인 기업가나 투자자들이 UAE 주주들의 참여 없이도 자체 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기존엔 UAE 경제자유구역 이외에 설립된 기업은 외국인이 지분을 49%까지만 소유할 수 있었다.

UAE 국영 WAM통신은 "이번 조치는 UAE의 기업활동 매력도를 높이고,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위치를 강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걸프뉴스에 따르면 이 규정은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UAE는 최근 인구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귀국한 탓이다. 일부 봉쇄조치에다 저유가가 이어지면서 민간기업에선 감원이 잇따랐다. 인구 비중이 높은 외국인이 빠져나가자 음식점부터 레저, 부동산 업계 등에서 경제 타격이 가중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UAE)의 추산에 따르면 UAE는 올해 6.6% 경제 위축을 겪을 전망이다. 재정적자 폭은 사상 최대로 전망된다.

UAE가 최근 외국인 경제활동 관련 규칙을 잇따라 완화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블룸버그통신은 "UAE는 외국인 인구 비중이 80%에 달한다"며 "UAE 당국은 이들의 경제 활동을 보다 자유롭게 만들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UAE는 이달 초엔 개인신분·가족법을 개정한다고 발표했다. 그간 범죄로 간주해 처벌했던 미혼 남녀의 동거를 위법으로 보지 않기로 했다. 주류 소비 규제도 완화했다. 이슬람 문화를 따르지 않는 외국인들도 UAE에서 머무르며 경제활동을 하도록 장려하기 위해서다.

타렉 파들랄라 노무라자산운용 중동부문 최고경영자(CEO)는 "다른 노동시장 개혁 조치와 함께 이같은 조치가 나오면서 어떤 기업이든 장기적으로 두바이 등에서 별 제약없이 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됐다"면서도 "하지만 세부사항이 아직 확실치 않아 이번 완화 조치 적용 범위와 영향 등은 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자지라는 "외국인의 경제활동 관련 조치가 대거 완화됐지만 현지인들의 반발은 예상되지 않는다"며 "UAE인의 80%가량은 공공부문에서 일하며 나랏돈으로 후한 봉급과 보조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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