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게임엔진 유니티 CEO 리치텔로 인터뷰…"한국 시장, 적극 포용"
"메타버스 세상, 현실 됐다…많은 실시간 3D 세상 볼 것"

"나는 지금 완전히 메타버스(metaverse)의 한가운데에 있다.

나는 메타버스가 우리 모두에게 살그머니 다가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실시간 3차원(3D)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
미국 실리콘밸리의 게임엔진 업체 유니티의 최고경영자(CEO) 존 리치텔로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 기자단과 화상 인터뷰를 했다.

메타버스는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가상현실(VR)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대리인, 즉 아바타 형태로 구현된 개인들이 살며 교류하는 3차원으로 구현된 가상세계를 가리킨다.

공상과학(SF)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 그린 세상이 바로 이런 사례다.

리치텔로 CEO는 이날 하루 종일 자신의 집에 앉은 채 화상회의 앱(응용프로그램) 줌, 전화, 메신저 위챗·왓츠앱 등으로 아시아·유럽 등의 팀과 대화를 하고 업무를 봤다고 말했다.

비밀협상을 진행 중인 팀과는 시그널로 연락했고 인터넷으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할 서류를 검토했다.

그는 또 아마존에서 물건을 구매했고 만난 지 오래돼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은행 직원이 개설해준 은행 계좌에서 대금이 결제됐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게 메타버스가 이미 우리 삶의 일부가 돼 있다는 증거들이라는 것이다.

유니티는 비디오게임을 개발할 때 쓰는 게임엔진 개발 업체다.

게임을 창작하고 구동하도록 도와주는 도구라고 생각하면 된다.

리치텔로 CEO는 "오늘날 절반을 약간 넘는 게임이 유니티로 개발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임이 한 달에 50억회 다운로드된다.

지구상의 거의 한 사람당 한 번꼴"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의 절반 이상, 콘솔 게임기 엑스박스·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의 30∼40%, PC 게임의 약 3분의 1이 유니티로 개발된다.

'어몽 어스', '휴먼:폴 플랫', '콜 오브 듀티:모바일' 같은 게임들이 유니티로 개발된 게임들이다.

그러나 유니티의 사업 영역은 게임 산업의 울타리를 벗어난다.

3차원 가상세계를 실시간으로 구현하는 '리얼타임 3D'란 이 회사 핵심기술의 범용성 덕분이다.

리치텔로 CEO는 "우리가 깨달은 명백한 사실은 게이밍 바깥 산업도 유니티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라며 "건축, 엔지니어링, 건설, 자동차와 수송, 자율주행, 클라우드 기반의 시뮬레이션 분야에도 고객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자동차 산업에서는 폭풍우 상황 속 차의 운행 상태를 시험하기 위해 수천㎏짜리 차 모형을 만들어 풍동 시험장에 넣고 시험하는 데 유니티를 이용하면 수백만 년간의 운전 데이터를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삼성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같은 조선·중장비 업체가 이 회사 소프트웨어를 선박 건조와 중장비 시뮬레이션 등에 활용하고 있다.

리치텔로 CEO는 "그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흥미로운 앱에 유니티를 이용하고 있다"며 "나는 이것이 그들을 21세기로 더 굳건하게 나아가도록 해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시장 전체에 대해 "한국은 미국, 캐나다, 그리고 일부 유럽 국가들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경제를 가진 나라"라며 "상당한 규모의 산업이 있고 그래서 우리는 한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방역에도 유니티는 한몫했다.

코로나19 전파 경로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소스코드를 무료로 발표한 것이다.

리치텔로 CEO는 "연구자들이 식료품점이나 공장, 병원 등의 환경을 가상으로 구현해 (확산 차단을 위한) 최선의 관행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며 "예컨대 식료품점에서 특정 통로에서는 이 방향으로만 사람들이 가도록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이 나왔다는 소식에 기쁘다면서 "유니티를 사용할 수 있는 다음 최선의 사용처는 누구에게 먼저 백신을 접종할지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나이가 많거나 다른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백신을 주는 것이 더 나은지, 혹은 허락 없이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날 고교생에게 주는 것이 더 나은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치텔로 CEO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떤 국가에서 5년 뒤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수준의) 전자상거래가 벌써 일어나고 있다"며 "나는 (코로나19 이후에) 그들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전자상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게이밍이나 다른 형태의 미디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가 더 빨리 미래를 현재로 불러왔고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도 여행이나 식당 산업 등이 회복하겠지만 이미 습관이 된 전자상거래나 미디어 이용은 영구적으로 남을 것이란 얘기다.

유니티는 올해 9월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상장 후 처음 내놓은 3분기 실적에서 매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53%나 늘어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리치텔로 CEO는 '상장 이후 가장 흥분되는 일이 뭐냐'는 질문에 "아무것도 없다"고 답했다.

그는 "나는 훌륭한 제품을 만들고 고객을 만족시키는 일에 흥분된다.

우리는 주주를 위해 성과를 내야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항상 우리 고객에 최우선 순위를 둔다"고 말했다.

리치텔로 CEO는 그러면서도 회사 미래에 대해서는 야심 찬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언제 수익을 낼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구체적인 예언을 할 수는 없지만 유니티에 주어진 기회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가장 위대한 기업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지금보다 10배 더 가치 있는 회사, 100배 더 큰 회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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