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인 "러시아군 철수" 주장에 현 대통령 "심각한 실수" 맞서
1990년 친러 분리주의자들 독립 선언…러시아 평화유지군 수천 명 주둔

최근 대선을 치른 동유럽 소국 몰도바에서 분리주의 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러시아명 프리드녜스트로비예) 지위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친서방과 친러시아 성향 후보 간 대결로 치러졌던 지난 대선에서 친서방주의자인 마이야 산두 전 총리가 친러시아 성향의 이고리 도돈 현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된 뒤 친러시아 노선을 추진하는 트란스니스트리아 분리주의 지역 통합 문제를 다시 거론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동유럽 '화약고' 몰도바 트란스니스트리아 분쟁 다시 불붙나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산두 당선인은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트란스니스트리아) 분쟁 해결 방안을 찾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그것은 몰도바 영토에서 러시아군의 완전한 철수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 분쟁 해결을 위해선 그곳에 평화유지군으로 주둔 중인 러시아 군대가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현재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에서 떨어져 나간 지역으로 몰도바 정부 인사들조차 그곳을 방문할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몰도바 통합을 위한 지정학적 가능성이 나타날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두는 그동안의 트란스니스트리아 분쟁 해결 협상에서 몰도바가 취한 '유연한 입장'은 효율적이지 못했다면서, 분리주의자들 및 러시아 등과의 협상에서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친러시아 성향의 도돈 현 대통령은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프리드녜스트로비예 분쟁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고 전체 국민의 35~40%가 러시아어 사용 인구인 국가에서 대통령 당선인의 호소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이는 심각한 실수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상당수 몰도바 국민은 러시아, 유럽연합(EU)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지지한다"면서 "반러 정책은 몰도바에 파멸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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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두는 지난 15일 대선 결선 투표에서 57%를 득표해 42% 득표에 머문 도돈 대통령을 제치고 당선됐다.

이로써 산두는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4년 임기의 새 몰도바 대통령에 취임하게 됐다.

도돈 대통령의 임기는 오는 12월 23일 종료된다.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인구 350만 명의 소국 몰도바는 총리와 의회가 주로 국정을 책임지고, 대통령은 외교권과 군통수권을 행사하는 이원집정부제 형태의 정치 체제를 갖고 있다.

몰도바는 러시아와 이웃한 우크라이나와 EU 국가인 루마니아 사이에 끼어있어 서유럽과의 긴밀한 관계를 지지하는 세력과 친러시아 세력이 오랫동안 대립해 왔다.

몰도바는 앞서 2014년 6월 우크라이나,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등과 함께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도돈 대통령 등 친러시아 세력은 몰도바의 EU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1990년 몰도바에서 분리·독립을 선언한 친러시아 성향의 분리주의 공화국으로 50여만 명의 주민 가운데 약 30%가 러시아인이다.

현재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주권을 인정하는 국가는 2008년 조지아로부터 분리·독립을 선포한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두 나라밖에 없다.

러시아는 1992년 몰도바와 맺은 협정에 따라 트란스니스트리아에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수천 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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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