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미국 아마존이 약국 사업에 진출했다. 아마존이 17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처방약 등을 주문하면 집으로 배달해주는 ‘아마존 파머시(pharmacy)’ 서비스를 선보였다고 CNBC 등이 이날 보도했다.

아마존 파머시에선 처방약과 일반의약품을 취급한다. 합성 마취제인 오피오이드 같은 통제 약물, 비타민과 보충제는 판매하지 않는다. 의약품 가격을 비교하거나 결제 때 보험 적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복제약품은 8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멤버십인 아마존 프라임 고객에게는 무료로 배송해준다. 하와이·일리노이·미네소타주 등 5개 주를 제외한 45개 주에서 18세 이상의 아마존 고객은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다. 이번에 제외된 5개 주에서도 조만간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환자가 아닌 의사가 처방전을 직접 아마존 파머시에 보낼 수도 있다. 아마존 측은 “의사가 합법적으로 처방전을 보낸 것인지, 거짓으로 만든 것인지 등을 검증하는 자체 시스템을 구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건 아마존이 2018년 온라인 약국 ‘필팩’을 7억5300만달러에 인수해 관련 시스템 등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CNBC는 전했다. 아마존은 처방약의 온라인 판매를 위해 각 주 정부를 상대로 인허가 획득에 힘을 쏟았다.

미국의 약국 시장은 연간 3000억달러(약 331조3500억원) 규모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온라인을 통한 의약품 구매는 가능하지만 CVS와 월그린 등 대형 약국 체인과 드러그스토어 형태의 소매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온라인 판매는 활성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마존이 뛰어들면서 기존 약국 및 소매업체들의 지배력을 위협하고 의약품의 온라인 구매도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이날 뉴욕증시에서 CVS 주가는 전날보다 8.6%, 월그린의 지주회사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의 주가는 9.6% 하락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방식으로 약을 타가는 미국인은 점점 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 창궐로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아마존의 온라인 약국 시장 진출은 시기적절하다”며 “미국 약국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