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미·중 갈등이 정치적인 수사에서 실제 군사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열린 블룸버그통신이 주최한 ‘블룸버그 신경제포럼’에서 “미·중 양국이 협력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전세계가 1차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재앙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 훼손된 중국과의 소통 채널을 서둘러 복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리처드 닉슨 행정부 당시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번갈아 맡은 키신저 전 장관은 미·중 국교정상화의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71년 미국 고위급 인사 중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와 회담을 갖고 이듬해 닉슨 전 미 대통령의 방중(訪中)을 성사시켰다. 6·25 전쟁 이후 적대관계 였던 미·중 양국은 키신저 전 장관의 이른바 ‘핑퐁 외교’를 바탕으로 1979년 국교정상화의 결실을 맺는다.

키신저 전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중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필두로 중국과 전방위적인 무역 분쟁을 겪어왔다. 키신저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무제한으로 쓰고도 남을 만큼의 대립적인 협상 방식을 갖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 당시 쌓인 리스크는 군사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강력한 대중(對中) 압박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든 당선인을 향해서는 미·중 관계 회복이 외교 정책의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2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깡패(thug)”라고 부르며 홍콩·티베트·신장위구르 지역 등지에서 펼쳐지는 중국의 반(反)인권문제를 비판한 바 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시 주석과 바이든 당선인이 “어떤 갈등이 생기더라도 군사적 해법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자 안보협의체 쿼드(Quad) 등 반중(反中) 전선 구축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위험을 막기 위한 연대는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서도 “특정 국가를 겨냥한 연대는 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중 양국이 관계 개선을 위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협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코로나19에 대해 현재는 국가별로 대응하고 있지만 장기적 해결책은 국제적 기반 위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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