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11일(현지시간) 자체 개발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스푸트니크V'가 3상 임상시험에서 92%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3상 중간분석 결과 90% 효과를 입증했다고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러시아 국부펀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는 자국 백신 '스푸트니크V'의 효능이 3상 임상시험에서 이같은 효과가 증명됐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다만 이는 20명의 시험 참가자 가운데 백신 투여군과 위약군의 비교를 통해 나온 숫자다. 화이자의 경우 94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결과를 도출했다.

스푸트니크V는 러시아 보건부 산하 국립 전염병·미생물학센터가 개발한 백신으로, 세계 최초로 보건당국으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았다. 현재 이 백신은 4만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 중에 있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자국에서 세 번째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부 보건전문가들은 고무적인 소식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그 시점이 화이자 발표 이틀만이라는 점에서 러시아가 백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너무 성급한 결론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런던 위생·열대 의학대학원의 마틴 맥키 교수는 CNN을 통해 20건 사례는 "92%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너무 빈약한 근거"라며 "화이자조차 32건을 바탕으로 중간분석을 내려고 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베일러의학대 피터 호테즈 박사는 "한 눈에 봐도 20건의 사례를 두고 92% 효과를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