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유럽에서 망명권이 남용되고 있다며 '내부 국경 없는 유럽'을 지향하는 솅겐 협정을 손봐야 한다고 밝혔다.

솅겐 협정은 유럽 26개 국가가 가입했으며, 국경을 통과할 때 여권 검사와 같은 절차를 생략해 가입국 간 자유로운 인적·물적 이동을 보장하는 제도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유럽연합(EU) 일부 회원국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일간 르피가로,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망명권을 남용하는 주체로는 밀매업자, 범죄조직,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지목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불법 이민과 테러리즘을 근절하려는 노력을 혼동해서는 안 되지만, 두 현상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고리는 명확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지난달 31일 프랑스 남부 니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발생한 끔찍한 흉기 테러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북아프리카 튀니지 출신의 용의자는 이탈리아를 거쳐 범행 이틀 전 니스에 들어왔다.

용의자가 어떻게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넘어왔는지는 여전히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두 나라 모두 솅겐 협정 가입국으로 국경을 건너는 일은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솅겐 협정을 본래 취지에 맞게 운용하기 위해선 외부 국경 보안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협정을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외부 국경을 보호할 의무를 지키지 않는 회원국엔 제재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솅겐 협정 개정안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앞서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도 지난 2일 오후 8시께 총격 테러로 4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사살됐으며,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려다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20세 청년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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