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조 바이든 당선인의 인수인계 절차를 막고 나서자 바이든 인수위원회가 법적인 대응에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 간 갈등이 표면화함에 따라 바이든 당선인의 정권 이양 절차에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GSA 자금 지원 거부에…바이든 "소송 제기 방안 검토"

바이든 당선인 인수위는 9일(이하 현지시간) 연방총무처(GSA)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수팀 관계자는 이날 "대선 결과가 뚜렷해지면 GSA는 통상적으로 24시간 안에 당선인이 누구인지 공식화한다"며 "(이런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면) 인수팀이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바이든을 승자로 선언했기 때문에 GSA도 연방법에 따라 속히 대선 결과를 발표해 원활하게 정권이 이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나라의 조달청 격인 GSA는 대선 결과가 확정되면 정권 교체가 시작될 수 있도록 대통령 당선에게 사무 공간과 인력, 자금 등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일반적으로 차기 대통령의 인수위가 제대로 활동하도록 지원을 받으려면 GSA가 대선 결과를 공식화하고 필요 자금 630만 달러(약 70억원)를 조기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에밀리 머피 GSA 청장은 이를 이틀째 거부하고 있다. 아직 대선 승자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GSA는 이날 성명을 통해 "대선 결과를 아직 공식화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2000년 클린턴 행정부가 정한 관련 연방법과 관례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현재 인수에 관한 법률에서는 GSA가 어떤 기준으로 당선인을 공식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머피 청장이 관련 사안에 대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외신들은 머피 청장이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불복을 선언한 트럼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바이든, 안보 브리핑에서도 제외…"비상 대책 마련" 강경 대응

뿐만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국무부는 대통령 당선인이 확정되면 다른 나라 정상과 통화를 주선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정상 차원 외교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바이든 당선인 측은 국무부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다른 나라 정상과 통화를 주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이 정부 부처와 기관의 고위 관료들에게 바이든의 인수팀에 협조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한 고위 관리는 WP에 "(바이든 승리를 보도한) 언론을 무시하고 정부의 공식 발표를 기다리라고 지시받았다"고 전했다.

또 바이든 당선인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기밀 사항을 현직 대통령과 같은 수준으로 매일 보고받는 사안에서도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통령 당선인의 고유 권리 중 하나다.

일일 안보 브리핑과 관련해 미 국가정보국은 이날 "우리는 GSA의 당선 공식화를 규정한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을 따르고 있다"며 "GSA 청장이 (당선인을) 통보할 때까지 인수팀과 접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버락 오바마 정부 때 대통령 일일보고를 담당한 로버트 카딜로는 "대통령 당선인이 확실해지면 보고 대상도 실질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당선인은 북한, 이란 문제 등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을 중심으로 인수인계 거부 행위가 두드러지면서 바이든 당선인과 트럼프 대통령 간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인수팀은 트럼프 행정부가 인수인계를 끝까지 거부할 때를 대비한 비상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인수위 관계자는 WP에 "정부의 당면과제에 정통한 요직을 지낸 전직 고위 관리의 명단을 작성해놨다"며 "이들이 새롭게 임명될 요직이 속도를 내도록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인계 작업이 늦어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0년에도 GSA는 앨 고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조지 W. 부시 당시 공화당 후보와 플로리다주 개표 결과를 두고 공방을 벌인 5주간 인수인계 절차를 시작하는 문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