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측 "차기 미 정부가 핵합의 쉽게 되살리지 못하도록 제재"
에이브럼스 국무부 특별대표, 이스라엘 지도부와 만나
"대선불복 트럼프, 남은 임기 두달간 이란에 '대못 제재' 계획"
이란에 적대적인 정책을 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두 달여간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의 고삐를 더욱 죌 것이라고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이스라엘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내년 1월20일 물러날 트럼프 행정부가 남은 기간 새로운 대(對)이란 제재를 연속적으로 가하는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엘리엇 에이브럼스 미 국무부 이란·베네수엘라 특별대표가 이날 이스라엘로 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메이어 벤-샤밧 국가안보보좌관 등 이스라엘 정부의 핵심인사와 만났다고 이들 소식통은 말했다.

에이브럼스 특별대표와 가까운 한 소식통은 이 매체에 "며칠 전 특별대표가 '정부는 내년 1월20일까지 약 10주간 매주 새로운 대이란 제재를 발표하길 원한다'라고 브리핑했다"라고 전했다.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편 중동 정책의 근간이었다.

그는 2018년 5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성사한 역사적인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의 수위를 쉴새 없이 높였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지역의 친미 국가는 물론 한국, 유럽의 동맹 등에도 최대 압박에 동참하라고 압박했다.

임기 막판이었던 올해 9월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의 수교를 주선한 것도 중동에서 '대이란 공동 전선'을 구축해 이란을 압박하려는 정치적 의도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정권 교체는 바라지 않는다면서도 이런 강력한 제재로 이란을 국제적으로 고립하고 경제적으로 고사시켜 이란의 '항복'을 받아내려고 했다.

악시오스의 보도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패한 대선 결과에 불복, 미국 내부가 혼란에 빠지고 임기를 불과 두 달여 앞둔 시점임에도 그는 이란에 대한 적대를 최후까지 포기하지 않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소식통들은 악시오스에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압박하는 이런 '제재 세례'로 차기 정부가 핵합의를 쉽게 되살리지 못하도록 하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한 이스라엘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1월20일까지 최대한 많은 대이란 제재를 가하는 것이 목표다"라며 "새로운 제재는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아니라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해서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란의 최대 적성국인 이스라엘 소식통들의 전언과 해석이지만, 지난 임기 4년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보인 태도를 고려하면 개연성이 없지는 않다.

이런 이스라엘 측의 언급은 미국의 차기 민주당 정부가 혹시라도 핵합의에 복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섞인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 대선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 대통령이 되면 파리기후협약과 같은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국제 합의에 돌아가겠다고 공약했지만 이란 핵합의 복귀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현재로선 핵합의와 관련해 이란 정부에 원상 복원이 아닌 '개정 협상'을 제안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이 새 협상이 성사될지는 내년 5월 이란에서 치러질 대선 결과에도 달렸다.

핵합의 와해, 전염병 대응 실패 등으로 이란의 현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낮은 만큼 핵합의에 반대하는 반미 강경파로 정권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이란은 미국이 핵합의에 복귀하려면 일방적으로 파기한 과오를 사과하고 이로 인해 이란이 입은 경제적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