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미국 대통령 중 4년 단임으로 임기를 끝낸 사례는 많지 않다. 1900년대부터 현재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재선에 실패해 단임 대통령으로 그친 경우는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지미 카터, 제럴드 포드, 허버트 후버,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전 대통령 등 6명 뿐이다. 이들이 재선하지 못한 이유는 주로 재임시절 경제정책 실패에 있었다.

부시 전 대통령(41대)은 재임 시절 소련 붕괴로 냉전이 종식되며 미국이 단일 강대국이 되는 등 호재를 맞았고 걸프전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당시의 불경기가 약점으로 작용했다. 1992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 캠프의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라는 전설적인 선거구호 앞에서 결국 무릎을 꿇게 됐다. 이후 그는 단임 대통령으로 끝났다는 데 평생 큰 아쉬움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조지 W 부시(아들 부시·공화당), 버락 오바마(민주당) 등 후임 3명은 모두 재선에서 승리하며 연임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버지 부시 이후 28년 만에 나온 단임 대통령이다.

카터 전 대통령(39대)은 재임 당시 경기 침체와 외교정책 실패로 지지율이 추락하며 1980년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그는 퇴임 후 북한을 방문해 미·북관계 중재를 위해 노력하는 등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으며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취임하자마자 대공황을 맞은 후버 전 대통령(31대), 임기 중 별다른 치적을 쌓지 못했던 하워드 태프트 전 대통령(27대)도 재선하지 못했다.

닉슨 전 대통령(37대)은 재선을 위한 1972년 선거에서는 승리했지만 막상 재임은 하지 못한 희귀 사례다. 그는 재선을 위해 민주당 선거캠프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는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지며 자진 사임했다. 당시 부통령이었기 때문에 닉슨을 대체해 무선거로 백악관에 입성한 포드 전 대통령(38대)은 1976년 대선에서 패배하며 2년 남짓한 대통령 임기를 마쳤다. 존 F 케네디(35대)와 워런 하딩(29대) 대통령은 임기 중 사망해 재임에 도전할 수 없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