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러시아는 미국의 최대 위협"…푸틴 '폭력배'로 지칭
복원된 미국 확장주의-러시아 영향력 확대 시도 충돌할 수도

미국 대선에 승리한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이 집권하게 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권 때보다 미국과 러시아 관계는 한층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기간 줄곧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과시하며 대러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혀왔다.

반면 바이든은 러시아를 '미국의 최대 위협'이라고 평가하며 푸틴과 같은 '독재자들'의 비위를 맞추는 외교 정책을 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또 바이든이 전임자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의 외교적 고립을 자초했다고 비판하며 동맹 복원과 확장적인 대외정책을 천명해, 역시 옛 소련권과 중동·북아프리카 등으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푸틴의 대외정책과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점들에 비춰볼 때 바이든의 민주당 정권에서 '제2의 냉전'으로 불릴 정도로 악화한 미-러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바이든 승리] 트럼프 정권 때보다 미-러 관계 더 악화 가능성
푸틴 대통령은 앞서 미 대선을 목전에 둔 지난달 말 러시아는 어떤 미국 대통령과도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대한 트럼프와 바이든의 상반된 태도를 미뤄볼 때 러시아가 내심 트럼프 재선을 기대했음을 추측하긴 어렵지 않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 9월 중순 하원 국토안보위원회에서 러시아가 바이든 후보를 겨냥한 허위사실을 지속해서 내보내면서 미 대선에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16년 미 대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러시아가 자국에 유리한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사이버 정보전을 시도했다는 주장이었다.

이와 관련 바이든 후보는 지난달 22일 마지막 TV토론에서 러시아, 중국, 이란 등 외국 적대세력의 선거 개입 시도를 거론하며 "내가 당선되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집권 후 바이든이 러시아의 선거 개입 시도를 이유로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개인적 동기를 떠나서도 민주당의 외교 정책 기조를 반영하는 바이든의 러시아관은 상당히 적대적이다.

그는 지난달 말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국가가 어디냐'는 질문에 "우리의 안보와 동맹 훼손이라는 측면에서 현재 미국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러시아라고 생각한다"고 강한 경계심을 표시한 바 있다.

그는 또 지난달 중순 ABC 방송과의 타운홀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의 모든 '폭력배'(thug)를 포용하고 있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스트롱맨'으로 불리는 권위주의 지도자들과의 친분을 강조해온 트럼프의 외교 접근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8월에는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 사건과 관련, "푸틴이 시민사회와 언론인들을 박해하는 동안 트럼프는 계속 러시아의 비위를 맞추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러한 바이든의 발언들에 비춰볼 때 그가 트럼프 정권 때보다 보다 강경한 대러 정책을 펼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사태, 시리아 내전, 이란 핵 개발, 북핵 문제, 전략적 안정성 및 군비통제 등 주요 국제 현안에서 지속해서 대립해 왔다.

러시아의 미국 전문가인 스타니슬라프 비쇼크는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권의 러시아에 대한 말과 행동은 달랐다"면서 한편으로 트럼프가 러시아에 대해 좋게 얘기하고 대러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미국의 정치 엘리트층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도록 트럼프를 압박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정치)엘리트들 사이에선 러시아는 친구가 아니며 공화당 후보나 민주당 후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러시아에 단호하게 대해야 한다는 합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권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을 지원하는 데 대한 서방의 제재를 더욱 철저하게 밀고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우회해 독일로 직접 연결되는 '노드 스트림-2' 가스관 건설과 관련한 제재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승리] 트럼프 정권 때보다 미-러 관계 더 악화 가능성
트럼프 정권이 빠져나온 시리아 내전에 더 공세적으로 개입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노력을 재개할 수도 있다.

러시아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등의 분쟁 지역과 미국이 개입을 시도하는 몰도바,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등의 옛 소련권에서도 미-러 양국의 이해가 충돌할 위험이 있다.

바이든 정권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의 선제적 비핵화 조치를 보다 단호하게 요구하며 유엔 안보리 제재와 일부 국가들의 독자적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권이 민주주의·인권 등과 연관된 러시아 국내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간여하며 러시아와 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지 워싱턴대 객원연구원 조반나 드 마이오는 최근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바이든이 자신의 우선 정책으로 내세우는 민주주의 가치 진전에 관한 문제에서 러시아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바이든이 그동안 트럼프가 파기한 국제조약으로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서방과 이란과의 핵합의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유지하는 문제에선 러시아와 보조를 맞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 내년 2월에 만료되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New Start) 연장 등 군축 및 핵전력 통제 분야에서도 미-러가 합의를 도출할 확률이 높아졌다.

푸틴 대통령은 뉴스타트 협정의 무조건적인 연장을 주장해 왔고 바이든도 당선되면 이 협정을 연장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