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무더기 소송전과 함께 대선 불복을 예고하면서 차기 대통령 확정이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주(州)별 선거인단 확정 시한인 다음달 8일까지 소송전이 끝나지 않으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에 필요한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해도 당선을 확정짓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트럼프 불복 때 무슨 일 생길 수 있나미 헌법에 따르면 각 주는 대선이 있는 해 12월 둘째 수요일 바로 다음 월요일에 대통령 선거인단(총 538명)을 소집해야 하며 이들이 주별 선거 결과에 따라 대통령을 선출한다. 올해는 12월 14일이 선거인단 소집·투표일이다.각 주는 소집일 6일 전(올해는 12월 8일)까지 선거인단을 확정해야 한다. 그동안 미 대선에선 개표 직후 선거인단 270명 이상을 확보한 후보의 승리 선언과 패자의 승복 연설을 통해 이 과정이 매끄럽게 이뤄졌다.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해 무더기 소송전에 나서겠다고 예고하면서 올해는 상황이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단 12월 8일이 중요하다. 이때까지 주 법원과 연방대법원이 선거 분쟁을 끝내면 그에 따라 선거인단이 확정될 수 있다. 법원도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이때까지 소송을 마무리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하지만 만에 하나 12월 8일까지 소송이 끝나지 않으면 개표 결과대로 선거인단을 확정할 수 없게 된다. 이때는 각 주의회가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선거인단을 확정해야 한다. 하지만 주의회의 분란 등으로 어느 후보도 당선에 필요한 과반수(270명 이상) 선거인단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다음엔 연방 하원이 대통령을, 연방 상원이 부통령을 선출한다.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 1월 20일 낮 12시에 끝나고 정확히 이때부터 차기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다. 이 때문에 아무리 늦어도 이때까지는 하원이 차기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주목할 것은 하원이 의원 수대로 투표하는 게 아니라 주별로 한 명의 대표를 뽑아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점이다. 즉 50개 주 대표들 중에서 26명 이상을 확보해야 차기 대통령이 된다. 대선 전을 기준으로 보면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지만 주별 다수당을 따지면 공화당 몫 대표가 26명, 민주당이 22명, 무소속 또는 동률이 2명이다.물론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 결과에 따라 내년 1월 3일 새 의회가 개원하기 때문에 하원이 차기 대통령을 선출할 경우, 올해 총선 결과가 중요하다. 아직 개표가 끝나지 않았지만 공화당은 의석수를 늘렸다. 주별 다수당도 지금처럼 공화당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결국 상황이 이 단계까지 올 경우 트럼프는 선거인단 과반 확보에 실패하고도, 공화당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재선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무차별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도 이를 염두에 뒀기 때문일 수 있다. 만약 하원에서 대통령 선출에 실패하면 상원이 선출한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고, 상원이 부통령을 뽑지 못하면 하원의장이 임시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올해 총선 결과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국 244년 만에 대혼란 오나문제는 이 과정이 매끄럽게 이뤄질 리가 없다는 점이다. 법정 소송이 장기화되고 1776년 건국 이래 244년간 거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되면 미국 사회가 양분될 수밖에 없다. 대선 전부터 우려됐던 양측 지지층 충돌, 내란 수준의 소란 등 ‘불길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소송 과정에서 연방대법원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도 중요하다. 트럼프가 5일 ‘무더기 소송전’을 예고하면서 “아마 최고 법원(연방대법원)에서 끝나게 될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대선 직전 보수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을 임명해 현재 연방대법원은 ‘보수 6 대 진보 3’의 구도다.미국은 이미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 대선 때 플로리다주 재검표를 둘러싼 소송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당시 보수 우위 대법원은 부시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고 그 결과 고어는 총 득표 수에서 앞서고도 플로리다에서 537표를 적게 얻어 대선에서 패했다. 그럼에도 고어는 국가 분열을 우려해 연방대법원 결정에 승복했다.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수용할지는 불확실하다. 바이든도 ‘2000년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연방대법원이 불리한 판결을 내리면 그대로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워싱턴=주용석 특파원/선한결 기자 hohoboy@hankyung.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시간·조지아·네바다주 등에서 제기한 개표 관련 소송이 잇따라 기각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가 연방대법원에서 결론 날 수 있다”며 소송전을 더욱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캠프가 미시간주와 조지아주에서 개표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제기한 소송이 1심에서 각각 기각됐다. 미시간주 1심 법원은 이날 트럼프 캠프가 지난 4일 개표 중단을 요구한 소송을 기각했다. 법원은 트럼프 측이 소송을 낸 시점은 이미 개표가 한참 진행된 뒤였고, 트럼프 캠프가 소송 상대방(피고)으로 지목한 조슬린 벤슨 미시간주 국무장관은 지역 개표 과정을 통제하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소송 대상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조지아주 채텀카운티 1심 법원도 트럼프 측의 소송을 기각했다. 트럼프 캠프는 이 지역에서 우편투표 접수 기한을 넘어 도착한 우편투표가 유효한 우표투표와 섞였다며 이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선거를 관리하는 직원들이 투표 용지를 잘못 처리한 흔적이 없고, 트럼프 캠프 측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도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트럼프 캠프는 4일 네바다주 클라크카운티의 개표 중단을 요구한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주대법원 만장일치로 기각 결정이 나왔다. 다만 펜실베이니아주 항소 법원에선 공화당 참관인들이 기존보다 더 가까운 지점에서 개표 과정을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일부 받아들여졌다.트럼프 대통령은 소송전을 더욱 확대할 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효한 표만 세면 내가 이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심 판결에 불복하면 주 고등법원과 대법원 등에 항소, 상고할 수 있다. 주 대법원 판결을 연방대법원에 상고할 수도 있다. 트럼프 캠프는 이날 담당 법무법인을 통해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에게도 서한을 보내 부정선거 정황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표 중단 소송에서 패소한 네바다주 클라크카운티에 대해선 선거당국에 부정 우편투표가 의심되는 이들의 주소 정보 대조 자료를 보냈다.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선거가 조작되고 있다”며 개표가 완료되지 않은 주요 경합주에서 무더기 소송과 함께 대선 불복을 예고했다. 개표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선 승리에 필요한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다. 1776년 미국 건국 이후 244년 만에 사상 최악의 대선 불복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합법투표만 개표하면 내가 쉽게 이긴다”며 “민주당이 선거를 훔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소송이 있을 것이고 많은 증거가 있다”며 “아마 최고 법원에서 끝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이 승리해도 인정하지 않고 선거 관련 소송을 연방대법원까지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증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았다.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올린 트윗에서도 “바이든의 선거 승리를 주장하는 모든 주에서 법적 이의제기를 할 것”이라며 무차별 소송전을 예고했다. 트럼프 캠프는 전날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조지아에 이어 이날 네바다에서 불법 투표 의혹 등을 이유로 개표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미 대선에서 개표 직후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한 일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에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주요 정당 대선 후보가 선거제도와 개표 상황에 대해 노골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며 불복을 예고한 건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 전 델라웨어주 윌밍턴 연설을 통해 “개표가 끝나면 나와 (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가 승자로 선언될 것을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공식 승리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선거 승리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AP통신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6일 오전 9시30분(한국시간 6일 오후 11시30분) 현재 538명의 선거인단 중 바이든은 264명, 트럼프 대통령은 214명을 확보했다.바이든은 조지아주(선거인단 16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99% 개표 기준 1097표 차로 추월했고, 98% 개표된 펜실베이니아(20명)에서도 5596표 차로 앞섰다. 네바다주(6명)에서도 84% 개표 기준 0.9%포인트 이기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15명)에서는 격차를 좁히며 역전을 노리고 있다.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