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량호출 업체 우버·리프트와 음식배달 업체 도어대시 등이 운전·배달기사를 개인사업자(프리랜서)가 아니라 직원으로 처우해야 한다는 캘리포니아주 법안(AB5법) 적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3일(현지시간) 미 대선 투표와 함께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우버·리프트 등이 제안한 타협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이날 우버·리프트 등이 AB5법에 반발해 운전·배달기사를 자영업자로 간주하는 ‘주민발의안 제22호’가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우버 등이 추진한 주민발의안은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스스로 등록한 운전·배달기사를 해당 기업의 직원이 아니라 자영업자로 간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신 기업들은 이들에게 최저임금의 120%를 보장하고, 하루 12시간을 넘는 초과 노동을 시키지 말아야 한다. 또 의료 보조금을 지급하고 사고 발생 시 치료비, 유족 사망보험금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았다.

우버가 운전기사를 직원으로 대우해 각종 노동법 규제를 받는 것보다 일정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절충하는 방안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운전기사 등이 직원으로 지위가 바뀌면 노동법에 따라 고용보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캘리포니아주는 우버와 같은 차량호출 업체 등이 계약한 노동자를 직원으로 처우하도록 하는 AB5법을 올해 1월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우버와 리프트 등은 운전기사들이 자기 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긱(gig·임시직) 이코노미’가 파괴된다며 이 법안을 준수하는 것을 거부해왔고, 지난 5월 주정부로부터 소송까지 당했다.

8월 법원이 주정부의 손을 들어주자 우버 등은 영업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했고, 이를 막기 위해 주민발의를 추진해왔다. 이들 회사는 주민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2억달러(약 2280억원)가 넘는 비용을 들여 홍보 캠페인을 펼쳤다. 캘리포니아주에선 45만여 명이 우버, 도어대시 등과 같은 모바일 앱을 통해 운전·배달기사로 등록해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