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선거일 다음날인 4일(현지시간) 새벽까지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며 기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트럼프 우세가 굳어지자 워싱턴DC 백악관은 축제 분위기로 바뀐 반면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바이든 자택은 침묵 속에서 사태 추이를 지켜봤다.

서로 “내가 최종 승리할 것”

트럼프 "우리가 크게 이겼다"…바이든 "승리 향해 가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0시50분께 자신의 트윗에 “우리가 크게 이겼다”며 “민주당이 선거를 훔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투표소가 문을 닫으면 투표를 멈춰야 한다”며 “투표하도록 놔둬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큰 승리!”라고 덧붙였다.

이후 2시25분 기자회견을 자청한 뒤 “우리는 선거를 이길 준비가 돼 있다. 솔직히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텍사스 등 당초 접전지로 분류됐던 지역을 하나씩 거명한 뒤 “압도적인 차이로 이겼거나 이기고 있다”며 “(민주당이) 새벽 4시에 새로운 기표 용지를 찾으러 다니는 일을 막기 위해 연방대법원에 갈 것”이라고 했다. 또 “이런 일은 미국인에 대한 사기이고 국가에 대한 모독”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트윗은 바이든이 같은날 0시40분 자택 밖의 야외 무대에 등장해 “모든 표가 개표될 때까지 대선이 끝나지 않았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승리를 향해 가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직후 올라왔다. 바이든은 “대선 결과는 이날 오전 또는 이후까지도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낙관적이고 승리를 향해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우편투표 부정” 또 제기

전날인 3일 대선일에도 트럼프와 바이든은 지지자들을 향해 투표할 것을 독려하며 마지막 선거 운동에 나섰다. 트럼프는 오전 일찍 백악관을 떠나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선거 캠프를 찾았다. ‘당선 수락 연설이나 패배 승복 연설을 썼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기는 건 쉽고 지는 건 어렵다”며 수차례의 불리한 여론조사와 관계없이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제쯤 승부가 날 것이라고 보느냐. 아무리 시간이 많이 걸려도 개표를 다 마쳐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승리의 정도에 따라 바로 결과를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이 펜실베이니아에 내린 판결에 대해선 유감이다. 왜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오늘 밤에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주가 우편투표 접수 시한을 사흘 연장한 조치가 정당하다고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19일 판단한 데 대한 불만 표시다. 트럼프는 “(우편 투표 과정에서) 갑자기 개표 집계가 바뀔 수 있고 속임수도 발생할 수 있다”며 우편투표의 부정·오류 가능성을 또 제기했다.

선거날 말실수한 바이든

바이든은 펜실베이니아를 투표일에도 찾았다. 손녀 두 명과 자신의 고향 스크랜턴시를 방문한 그는 어린 시절 살았던 집 거실 벽에 ‘신의 은총과 함께 이 집에서 백악관으로’라고 썼다.

행사 도중 해프닝도 발생했다. 지지자들에게 손녀를 소개하며 2015년 사망한 아들(보 바이든)의 이름을 불렀던 것. 바이든은 손녀인 피네건을 보며 “이쪽은 제 아들 보 바이든입니다. 많은 분이 델라웨어 상원의원으로 선출되도록 도와주셨죠”라고 말했다. 보 바이든은 2015년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실수를 알아차린 바이든은 곧바로 “아니 잠깐만(no wait), 잘못 알았네요. 이쪽은 보의 딸입니다”고 정정했다. 이 동영상은 여러 매체에 보도됐고 SNS에서도 확산됐다. 트럼프는 고령(77세)인 바이든이 치매에 걸려 인지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공격해왔다.

행사를 마친 바이든은 필라델피아를 거쳐 델라웨어 자택으로 돌아갔다. 바이든은 당초 이날 밤 승리를 확정하고 대국민 연설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개표 결과 트럼프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자 취소했다.

반면 트럼프가 경합주를 사실상 석권한 것으로 나오자 백악관은 축제 분위기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백악관 이스트룸에 수백 명이 모였는데 분위기가 뜨겁다”고 전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