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일인 3일(현지시간) 미 전역에서 “집 밖에 나가지 말라”는 내용의 자동 음성녹음전화(로보콜)가 급증해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나섰다.

FBI는 이날 대선 시기 급증한 로보콜에 대해 투표 참여를 방해하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고 보고 미 국토안보부(DHS)와 함께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로보콜에는 음성 합성 처리된 여성의 목소리로 “집에 있어야 할 때다. 안전하게 집에 있어라”는 말이 녹음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나 ‘투표’ 등 대선 관련 단어가 직접 나오지는 않았다.

로보콜의 발신자나 발신 의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로보콜이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억제하려는 시도라고 보고 있다. 자동 음성녹음을 이용하면 빠르고 저렴하게 대중이 집에 머물도록 부추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 경합주인 미시간에선 “오늘은 투표 대기 줄이 길다. 오래 기다리지 않으려면 내일 투표하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은 이들이 여럿 나왔다. 미 대선 투표는 이날 하루만 치러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같은 로보콜은 지난달부터 포착됐지만 대선 당일 급증했다. 통신보안업체 유메일은 이날 미 전역에서 ‘안전하게 집에 있어라’는 내용의 로보콜이 분당 1000~1500통 발생했다고 밝혔다. 1주일 전과 비교하면 세 배 많다. 알렉스 퀼비치 유메일 최고경영자(CEO)는 “로보콜 발신 지역번호만 해도 316개로, 거의 미 전역에서 발생했다”며 “배후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미시간주와 뉴욕주 등의 당국자들은 시민들에게 로보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데이나 네셀 미시간주 법무장관은 트위터에 “투표를 방해하려는 로보콜이 돌고 있다”며 “명백한 허위 정보니 믿지 말라”고 강조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