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에서까지…혼돈의 대선
우편투표 10일 뒤 도착분도 유효
개표 늦어지며 소송 등 충돌 우려
FBI, 주요도시에 지휘 사무소 설치

벌써부터 곳곳 불안 징후
텍사스 총기 든 트럼프 지지자들
민주당 유세버스에 욕설·야유
뉴욕 한복판서 양측 집단 난투극

미국이 대선(11월 3일) 직후 극심한 혼돈에 빠져들 수 있다는 ‘불길한 시나리오’가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까지 나왔다. 안 그래도 미국인들 사이에선 대선 직후 승자를 알기 힘든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그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층이 충돌하는 등 혼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우려에 불을 붙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유세에서 “여러분은 11월 3일을 주시할 것”이라며 “(하지만) 펜실베이니아주가 매우 크기 때문에 (그날) 결정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기다릴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또 “(개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주간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그 사이 매우 나쁜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선 후 나쁜 일 벌어질 수도"…WP "폭동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대법원이 전날 트럼프 캠프의 반대에도 펜실베이니아주가 6일까지 우편투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데 대해 “대법원이 우리나라에 한 끔찍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의 이날 발언은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해 일부 경합주에서 대선 후 도착하는 우편투표까지 인정하기 때문에 대선 승자 확정이 늦어질 수 있고 그 결과 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올해 대선에선 3일 이전 소인만 찍혀 있으면 대선 후 도착하는 우편투표도 인정하는 주가 50개주 중 22개주에 달한다. 이 중 정치전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경합주로 분류한 텍사스(4일 도착분까지 인정), 펜실베이니아(6일), 아이오와(9일), 미네소타(10일), 네바다(10일), 노스캐롤라이나(12일), 오하이오(13일) 등 7개주는 짧게는 대선 하루 뒤, 길게는 대선 10일 뒤 도착한 우편투표도 인정한다.

우편투표는 31일 오후 11시 기준 5808만 표로, 2016년 대선 때 총 투표 수의 40%에 달해 이번 대선 승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게다가 이들 경합주 중 상당수는 초박빙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예컨대 오하이오주는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의 지지율이 각각 46.2%로 동률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바이든이, 아이오와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고 있지만 지지율 차는 각각 2.1%포인트와 0.6%포인트에 불과하다.

대선 승패를 좌우할 핵심 경합주로 떠오른 펜실베이니아도 바이든이 차이를 벌리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지지율 격차가 4.1%포인트에 그친다. 결국 접전 상황에서 뒤늦게 도착한 우편투표로 승패가 뒤바뀔 경우 선거 불복, 소송 등이 이어지면서 혼란이 커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우편투표는 사기”라고 주장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내전 수준의 소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개표 결과가 확실한 승자 없이 며칠씩 질질 끌며 계속될 경우 더더욱 그렇다”고 전했다. 총기 판매가 급증하고 극우파가 모이는 온라인 포럼에선 대화 중 ‘내전’에 대한 언급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미 불안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30일 텍사스주의 한 고속도로에선 총기로 무장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도로를 달리던 민주당 유세 버스를 향해 욕설과 야유를 퍼붓는 사건이 벌어졌다. 25일엔 뉴욕 시내 한복판에서 트럼프 지지파가 반(反)트럼프 시위대를 습격하면서 양측이 난투극을 벌였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의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지지자의 16%, 바이든 지지자의 22%는 지지후보가 패하면 시위나 폭력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법 집행기관들은 대선 직후 폭력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대선 이후 폭력 행위 확산에 대비하기 위한 지휘 사무소를 워싱턴DC 본부와 전국 주요 거점에 설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BI 시애틀 지휘소 책임자인 아바스 골프레이 특수요원은 WSJ에 알카에다 등 외부 세력의 테러에 대비했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백인 우월주의, 인종적 동기에 따른 극단주의 등 국내 테러 위협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시가 폭력 사태 발생 시 통행금지령을 논의했다.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 경찰은 야간 폭력 시위에 대비해 상가에 가림막 설치를 권고했고, 시카고시는 선거 관련 폭력과 위협에 대한 대응훈련을 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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