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진행하면 미국에 '공개 망신' 주는 셈
11월 3일 대선 결과 기다리는 방안 택할 듯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후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WTO 지도부가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세계 최대 무역국인 미국의 거부 의견을 투표를 통해 기각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할지 딜레마에 빠졌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TO 차기 사무총장 선거 결선에는 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두 후보가 올랐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28일 두 후보 중 오콘조이웨알라를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WTO는 회원국의 최종 선호도 조사를 토대로 사무총장 후보를 추천했는데, 유명희 본부장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큰 표 차로 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이 유명희 본부장을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하며 상황이 복잡해졌다.

WTO는 전체 회원국의 컨센서스(의견일치)를 거쳐 추천된 후보를 다음달 9일 열리는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차기 사무총장으로 승인한다는 계획이지만 그전까지 미국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회원국 간 컨센서스가 도출되지 않을 때 최종 추천된 두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이 자진해서 사퇴하는 방법도 있다. 유명희 본부장 측은 사퇴 의향 등 향후 계획을 묻는 말에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외적으로 회원국별 투표를 통해 차기 사무총장을 확정하는 방법도 있다. 겉으로 보이기엔 투표가 쉬운 해결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최후의 옵션'이라고 로이터는 언급했다.

로이터는 "투표를 진행해 미국의 의견을 기각한다면 WTO에서 최대 지분을 가진 국가를 공개 망신주는 행위인 셈"이라며 "결국 WTO로서는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바뀌기를 기대하며 11월3일 대선 결과를 지켜보는 것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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