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리비아서 총성 멈추나…통합정부-동부 군벌 휴전협정 서명(종합)

유엔 특사 "리비아 평화 위한 전환점"…터키 에르도안은 "협정 신뢰성 부족"

내전에 시달려온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리비아통합정부(GNA)와 동부 군벌이 휴전에 합의했다.

스테파니 윌리엄스 유엔 리비아 특사는 23일(현지시간) GNA와 동부 군벌 리비아국민군(LNA)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휴전 협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dpa, AP 통신이 보도했다.

윌리엄스 특사는 GNA 및 LNA 대표단에 "여러분이 이곳에서 이룬 것을 축하한다.

그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며 "나는 이 협정이 리비아 국민의 고통을 끝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번 협정에 대해 "리비아의 평화와 안정을 향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피터 스타노 대변인도 이날 기자들에게 "휴전 협정은 정치적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핵심"이라며 환영했다.

앞서 GNA와 LNA는 지난 19일부터 제네바에서 군사 협상을 벌였다.

윌리엄스 특사는 21일 GNA와 LNA가 내부 육로와 항공로를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었다.

리비아에서는 작년 4월 칼리파 하프타르 LNA 사령관이 자신을 따르는 부대들을 향해 서부 트리폴리 진격을 명령한 뒤 내전이 격화됐다.

이후 양측의 전투가 이어지면서 민간인을 포함해 1천명 넘게 숨졌다.

올해 들어서는 터키가 리비아에 병력을 파견했고 터키의 지원을 받은 GNA가 지중해 요충지 시르테를 공격하는 등 LNA를 몰아붙였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무장세력의 난립으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

2015년 12월 평화협정에 따라 유엔이 인정하는 GNA가 공식적으로 출범했지만, 하프타르 세력이 유전지대가 많은 동부를 장악하면서 맞서왔다.

리비아는 그동안 주변국들의 대리전으로 확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현재 이슬람 운동단체 무슬림형제단 출신 인사가 주축인 GNA는 터키, 카타르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하프타르 사령관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GNA와 LNA가 휴전에 합의했지만 리비아가 평화를 찾기까지 갈길이 멀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는 리비아에서 수년간 이어진 유혈사태를 끝내려면 외부 세력까지 참가하는 포괄적인 협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리비아의 휴전 협정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이스탄불에서 기자들과 만나 "휴전 협정은 사실상 (리비아 정파들의) 최고위층이 아니라 낮은 단계에서 이뤄졌다"며 "그것은 신뢰성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GNA와 LNA 지도자들이 직접 만나지 않고 양측 군사대표단이 협상한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GNA와 LNA는 2018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기로 합의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하는 등 갈등을 극복하지 못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