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보다 볼 거 없고, 유튜브엔 공짜 영상 넘치고…

드림웍스·디즈니 출신이 설립
할리우드 스타·제작자 의기투합
유명세 얻으며 17억弗 투자유치
스트리밍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영상 콘텐츠 플랫폼 ‘퀴비’

스트리밍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영상 콘텐츠 플랫폼 ‘퀴비’

5~10분짜리 짧은 유료 영상을 앞세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퀴비가 서비스 시작 6개월 만에 문을 닫는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에 도전장을 냈지만 이들의 아성을 넘진 못한 것이다.

퀴비는 드림웍스의 공동 설립자였던 제프리 카젠버그와 휴렛팩커드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멕 휘트먼이 의기투합한 ‘거물’ 스타트업이었다. 출범 초기 17억5000만달러(약 2조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주목받았지만 OTT 시장 경쟁에서 도태되면서 폐업 수순을 밟게 됐다.
6개월 만에 망한 퀴비…'OTT 한방' 없었다

짧은 영상·모바일 퍼스트 차별화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카젠버그 퀴비 창업자와 휘트먼 CEO는 이날 직원과 주주들에게 보낸 공개 서한을 통해 회사의 독자 생존 가능성이 사라졌다며 폐업 결정을 알렸다. 직원 360명은 해고되며 매각업체를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사 측이 밝힌 실패 이유는 두 가지다. 퀴비가 추구한 사업 모델이 강력하지 못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의 서비스 개시도 어려움을 가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금 중 남은 3억5000만달러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것이라고 했다.

지난 4월 서비스를 시작한 퀴비는 드림웍스와 디즈니를 이끈 거물 제작자 카젠버그가 설립했다는 명성에 디즈니와 알리바바 등으로부터 17억50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사업 모델은 5~10분짜리 짧은 유료 영상이었다. 휘트먼 CEO는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거나 출퇴근길처럼 짧은 시간에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을 가로로 보다가 세로로 돌려도 영상이 잘리지 않고 화면을 가득 채울 수 있는 ‘턴스타일’을 세계 최초로 채택해 ‘모바일 퍼스트’로 차별화했다. 회사명이자 서비스 이름인 퀴비는 퀵 바이츠(Quick Bites)를 줄인 말로 ‘한 입 거리’를 뜻한다.
콘텐츠 부족 등으로 소비자 외면
하지만 OTT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퀴비는 살아남지 못했다. 소비자들은 이미 유튜브 같은 무료 영상에 익숙해진 데다 퀴비엔 사람을 붙잡을 만한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했다. 퀴비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자체 제작 콘텐츠 50편을 공개한 뒤 올해 말까지 125편으로 늘리겠다고 했으나 경쟁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말 론칭하면서 콘텐츠 435편을 내놨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퀴비의 강점인 짧은 영상을 굳이 볼 이유가 없어졌다. 사람들은 퀴비를 TV와 PC에서 볼 수 없는 것도 불편해했다. 앱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3개월간의 무료 체험이 끝난 뒤 유료(월 4.99~7.99달러)로 전환하자 가입자의 92%가 이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콘텐츠 제작자에게 과도한 제작비를 쓴 것도 패착으로 꼽힌다. 할리우드의 유명 감독과 배우 등이 합류한 퀴비의 콘텐츠 제작 비용은 분당 10만달러(약 1억1300만원)로 업계 최고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퀴비가 매각을 위해 애플과 접촉했으나 무산됐으며 페이스북과 NBC유니버설에 콘텐츠를 넘기려던 시도도 실패했다고 전했다. 유명인의 투자 참여를 이끌기 위해 저작권을 제작자에게 넘긴 것도 걸림돌이었다. 콘텐츠에 과도하게 저작권을 부여해 소비자가 활발하게 영상을 퍼뜨릴 수 있는 공유 기능이 없어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