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33억6천만원 투자하면 여권 발급

유럽연합(EU)이 키프로스와 몰타의 '골든 패스포트' 발급 제도에 대해 법에 따른 제재에 돌입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정 금액 이상 투자자에게 시민권을 주는 이 제도가 불법인 데다 EU시민권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EU, 키프로스·몰타 시민권 장사에 법적제재 돌입
EU는 지난 2004년 회원국으로 가입한 두 국가에 서한을 보내 골든 패스포트 발급 제도가 돈세탁과 조세회피, 부패 위험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설명을 요구했다.

EU여권 보유자는 27개 EU회원국에서 여행하고, 살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기 때문에 EU여권에는 높은 가치가 부여되고 있다.

EU는 이런 권리가 보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EU는 성명에서 "투자자에 대한 시민권 발급에 따른 영향은 이를 운영하는 회원국뿐 아니라 다른 회원국과 EU 전체에 미치게 된다"면서 "미리 정해진 액수나 투자액에 따라 EU시민권을 주는 것은 본질을 훼손시킨다"고 말했다.

두 국가는 EU의 소송 고지에 두 달 내에 답변해야 한다.

이후 추가 조처가 취해질 수 있다.

키프로스는 이미 다음달에 이 제도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알자지라 방송이 골든 패스포트 신청자 중 수십명이 범죄 수사를 받거나 국제 제재 대상이거나 감옥에서 형을 살고 있다고 보도한 이후다.

크리스티안 비간트 EU 대변인은 키프로스가 비슷한 프로그램을 재도입하려 하고 있고, 몰타가 계획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전달한 데 대해 EU가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회원국도 본질적으로 보면, EU시민권을 판매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제도를 운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키프로스는 지난 2007년 상당한 액수의 투자를 하면 시민권을 주기 시작한 뒤 2014년 이 제도를 강화했다.

몰타는 2014년부터 시민권을 팔기 시작했다.

250만 유로(약 33억6천만원)를 키프로스에 투자하면 키프로스 여권을 얻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키프로스가 벌어들인 돈은 70억 유로(9조4천억원)에 달한다.

몰타는 지난달 골든 패스포트 제도와 관련한 뇌물수수 주장에 대한 조사를 위해 조지프 무스카트 전 총리의 비서실장을 체포했다.

EU는 이 제도로 인한 위험에 대해 경고해왔지만, 지금까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