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회복 과정에서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의 공과가 논란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충격 이후 경기회복 혜택이 애플 등 대형 기술기업과 부유층에 집중돼 ‘K자 회복’ 양상이 뚜렷해지면서다.

Fed는 지난 3월 미국에서 코로나19 위기가 터지자마자 재빨리 기준금리를 제로(0)로 낮추고 막대한 돈을 풀어 경제를 떠받쳤다.

덕분에 미국 경제는 1930년대 같은 대공황에 빠지지 않고, 시장도 붕괴하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실물경제는 부진한데 증시만 호황을 보이고, 일자리 충격도 주로 저학력·저소득층에 집중되면서 이런 평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미국에선 일자리 1100만 개가 사라졌는데 대부분은 저학력·저소득층 일자리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올 들어 28%나 올랐다. 집값도 지난 8월에 전년 동기 대비 11%(중간 가격 기준) 이상 상승했다.

특히 ‘K자 회복’의 최대 승자인 대형 기술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창업자들은 주가 상승으로 막대한 이익을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와 정책연구소(IPS)에 따르면 10억달러 이상 '슈퍼리치'의 재산(순자산)은 코로나19 위기 전인 3월18일 2조9470억달러에서 지난달 15일 3조7930억달러로 8460억달러(약 970조원)나 늘어났다.

세계 최고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이 기간 재산이 1130억달러에서 1860억달러로 730억달러 불어났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이 기간 재산이 각각 180억달러와 460억달러가량 늘었다.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실업자와 취약업종에 초점을 맞추는데 반해 Fed의 통화정책은 경제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Fed 정책의 혜택이 부유층에게 집중된 것이다. ‘Fed의 역설’이란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시장에선 파월을 영웅으로 보지만 대부분 미국인들에겐 2020년 재산·소득 격차 확대가 파월의 유산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Fed가 100% 잘못했다고 할 수도 없다. Fed가 적극 나서지 않았다면 더 큰 경제위기가 닥쳐 경제 전체는 물론 빈곤층이 지금보다 더 피해를 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위기가 왔을 때 Fed가 경제도 구하고, 불평등도 키우지 않는 방법이 뭔지는 숙제로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