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국가 간 경제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대처 능력에 따라 국가별로 경제 회복력에 큰 차이가 나면서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IMF "국가 간 富의 격차 커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3일 내놓은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4.4%로 예상하면서 중국은 1.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6월 중국 전망치(0.9%)보다 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주요국 중에선 유일한 플러스 성장이다. 강력한 통제력을 바탕으로 조기 방역에 성공한 뒤 경제활동을 먼저 재개한 데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단행한 덕분이란 게 IMF의 설명이다. IMF는 “중국이 내년엔 8.2% 깜짝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전히 확진자가 늘고 있지만 기축통화인 달러 발권력을 동원하고 있는 미국 역시 비교적 선방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성장률 전망이 -4.3%로, 4개월 전 예측치(-8.0%)보다 대폭 개선됐다.

내년 성장 전망은 3.1%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코로나 사태 직후 3조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내놓은 데 이어 1조8000억~2조2000억달러를 추가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반면 인도(-10.3%) 아르헨티나(-11.8%) 필리핀(-8.3%) 등의 성장률 성적표는 신흥국 중에서도 꼴찌 수준이다. IMF는 이들 국가의 올해 성장 전망을 4개월 전보다 더 낮췄다. 코로나 방역에 실패한 상황에서 재정 여력까지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인도는 코로나 사태 전까지 연평균 5% 안팎의 성장을 지속해왔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올해 평균 성장률도 -8.3%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스페인(-12.8%) 이탈리아(-10.6%) 등 재정이 부실한 국가의 하락폭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됐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세계 경제의 회복이 불확실한 데다 (국가별로) 균등하지도 않다”며 “부채가 늘어난 신흥국에서 약 9000만 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IMF에 따르면 2013년 73개 최빈국이 세계 부채의 45%를 차지했지만, 이 비중은 코로나 사태 이전인 작년 말 이미 63%로 급증했다.

자칫 경제 선도국과 그렇지 못한 국가 간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게 IMF의 경고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경제 회복은 모든 국가에서 코로나를 꺾을 때만 가능하다”며 “성장이 멈춘 국가에선 ‘잃어버린 30년’을 겪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