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영국 신용등급 강등
'노딜브렉시트' 조짐에 불확실성 부상
존슨 행정부 "EU, 근본 태도 바꾸고 협상팀 보내라"
사진=AP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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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위 세번째 등급인 Aa2에서 네번째 등급인 Aa3으로 한 단계 내렸다.

16일(현지시간) 무디스는 성명을 통해 영국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무디스는 이날 “영국의 경제력은 무디스가 영국 국가신용등급을 Aa2등급으로 강등한 2017년 9월보다 약화됐다”며 “성장세도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나쁘다”고 지적했다.

이번 강등으로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은 대만, 홍콩, 마카오, 벨기에, 카타르 등과 같은 등급이 됐다. Aa2 등급인 한국, 프랑스, 아랍에미리트(UAE)보다는 한 단계 낮다. 무디스의 신용 등급은 ‘Aaa’가 최상위 등급이다.
'노딜 브렉시트' 기로…"장기적 불확실성"
무디스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유럽연합(EU)간 무역관계를 놓고 영국 경제에 장기적 불확실성이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영국이 무역시장에서 기존에 누렸던 EU 회원국 이점을 대체할 새 무역협정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어서다.

영국은 지난 1월 EU를 탈퇴했으나 무역·경제분야에선 올해 말까지 기존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 기간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한다는게 당초 계획이었으나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최근엔 영국이 새 무역협정 없이 EU를 탈퇴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국과 EU가 서로 주요 사안에 대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서다.

이날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EU와의 무역협정 협상이 끝났다”며 “전날 EU 측이 기존 협상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고 밝혀 사실상 대화가 끝났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도 “EU가 협상에 근본적 변화를 내놓는다면 들어볼 의향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역협정 없이 EU와 결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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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EU는 추가 협상 가능성에 대해 각각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 총리실은 “EU가 영국에 양보만 바라지 많고, 원칙을 토대로 대화를 할 용의가 있을 경우에 협상팀을 런던에 보낼 만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EU가 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를 비롯한 협상팀을 런던에 보내 다음 주 중 추가 논의를 하겠다고 밝힌 일을 두고 나온 엄포다. 이에 대해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는 무역합의를 위해 계속 노력할 계획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양보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행정부는 EU와 협의가 불발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원칙으로 EU와 무역을 하고, 특정 분야에 대해선 부차적으로 합의를 하는 ‘호주식 무역 모델’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무디스는 “연내 영국이 EU와 무역협정을 체결하더라도 범위가 좁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와 민간투자 등에 하방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타격 심각...'마이너스 경제' 돌입
무디스는 영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크게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경기가 둔화하고 재정 건전성이 약화돼 영국 신용등급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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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코로나19 이후 경제성장률이 급락했다. 1분기 -2.2%, 2분기 -20.4%를 기록해 11년 만에 경기 불황에 진입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쓰면서 나라빚도 크게 늘었다. 영국 국가부채는 지난 8월 사상 최초로 2조 파운드(약 2954조원)를 초과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가 넘는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로 실업 사태도 이어지고 있다.

무디스는 “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생산성을 크게 올리지 못했고, 2016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엔 기업 투자도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이날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바꿨다. 영국 신용등급을 당분간 현 상태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무디스는 “영국의 부채가 현 수준에서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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