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방장관 시절에는 공물 보낸 적 없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사진) 일본 총리가 17일 야스쿠니신사 가을 큰 제사(추계예대제)에 공물을 봉납했다.

스가 총리는 이틀간의 야스쿠니신사 가을 큰 제사가 시작된 이날 제단에 비치하는 비쭈기나무(상록수의 일종)인 '마사카키'를 바쳤다. 그가 취임 후 처음 맞는 야스쿠니신사 가을 큰 제사에 공물을 봉납한 것은 직접 참배에 따른 외교적 부담을 덜면서도 국내 정치적으로는 사실상의 참배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직접 참배할 경우 한국과 중국의 거센 반발을 초래해 취임 초기부터 외교적 갈등에 휩싸일 수 있는데, 공물 봉납의 경우 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요구하는 일본 내 우익 세력에는 공물 봉납으로 어느 정도 성의를 표시하는 모양새를 취한 셈이다.

스가 총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제2차 집권기인 7년 8개월여 동안 관방장관으로 있으면서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았고 공물도 보내지 않았다. 아베 내각의 온전한 계승을 내세우며 취임한 스가 총리는 이번 공물 봉납으로 야스쿠니신사 문제에서도 아베 노선을 답습하겠다는 메시지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

스가 총리 외에 다무라 노리히사(田村憲久) 후생노동상과 이노우에 신지(井上信治) 2025오사카 엑스포 담당상이 이번 야스쿠니신사 추계예대제에 맞춰 마사카키를 봉납했다. 다무라 후생상과 이노우에 엑스포 담당상은 모두 지난 9월 16일 출범한 스가 내각에 새로 합류했다.

한편 야스쿠니 신사는 1867년의 메이지(明治) 유신을 전후해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여러 침략전쟁에서 일왕(천황·덴노)을 위해 목숨을 바친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다. 야스쿠니에는 일제의 군인이나 군속(군무원)으로 강제징용됐다가 목숨을 잃은 조선인 2만1181위와 대만인 2만7864위도 본인이나 유족의 뜻과 무관하게 봉안돼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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