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19일 앞둔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1000마일(약 1600㎞) 넘게 떨어진 곳에서 타운홀 미팅을 통해 ‘원격 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밤 8시부터 60분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바이든은 밤 8시부터 90분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각각 NBC와 ABC방송의 타운홀 미팅에 참석했다. 타운홀 미팅은 사회자는 물론 청중이 질문할 수 있는 토론회다.

같은 시간에 열린 두 후보의 타운홀 미팅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타운홀 미팅은 “전투적”이었지만 바이든의 타운홀 미팅은 “차분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타운홀 미팅 사회를 맡은 NBC 앵커 서배너 거스리는 공격적인 질문을 쏟아냈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 않고 받아치면서 토론회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거스리가 ‘백인 우월주의를 비난해달라’고 하자 트럼프는 “바이든에게 안티파(극좌파)를 비난하는지 묻지 않는다”고 쏘아붙였다.

‘선거 패배 시 평화적 권력이양을 수용하겠느냐’는 질문엔 “나도 평화적 이양을 절대적으로 원한다”면서도 우편투표가 사기라는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4억달러의 빚을 지고 있는데 어디에 지고 있느냐’는 질문엔 “4억달러는 내 순자산에 비하면 쥐꼬리만 한 액수(peanut)”라고 맞서기도 했다.

트럼프는 추가 부양책 지연을 따지는 청중의 질문에는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책임을 거론하며 “나는 대규모 부양책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한 청중이 인종차별에 대해 묻자 “나는 (에이브러햄) 링컨을 제외한 다른 어떤 대통령보다 흑인들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비슷한 시간 타운홀 미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린 뒤에도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바이든은 “그(트럼프)는 여전히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고 했다.

증세 문제에는 “우리는 민주주의다.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바이든은 중산층의 세금을 깎고 법인세와 연소득 4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 대상 증세를 공약했다.

연방 대법관 증원 문제와 관련해선 “그 문제에 열려 있다”며 “대선 전 입장을 분명히 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캠프는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 보수 우위의 연방 대법원을 개혁하기 위해 대법관 수를 늘릴 것이라고 공격해왔다.

외교정책을 묻는 질문에 바이든은 북한 등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의 모든 폭력배를 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말은 그가 북한 지도자와 가장 친한 친구라는 뜻”이라며 “북한은 더 많은 폭탄과 미사일을 갖게 됐다”고 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