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터키 정부가 영공 통과 허가 안 해…또 다른 도발"
터키 "해당 비행기가 비행계획 제출 안 해"

그리스 외무장관 탄 비행기, 터키 영공 진입 못 해 20분 선회
동지중해 천연자원 개발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그리스와 터키가 그리스 외무장관이 탄 비행기의 터키 영공 통과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그리스는 15일(현지시간) 니코스 덴디아스 외무 장관이 탑승한 비행기가 터키 영공을 통과하지 못해 20분가량 선회했다고 비판했다.

해당 비행기는 이라크에서 이륙해 터키 영공을 통과할 예정이었으나, 터키 정부가 영공 통과를 허가하지 않았다고 그리스 정부는 주장했다.

스텔리오스 페차스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터키가 연속된 도발에 이어 또 한 번 도발한 것"이라며 "이 같은 일이 앞으로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 외무부가 터키 당국에 공식 항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터키 외무부는 오히려 그리스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미 악소이 터키 외무부 대변인은 "해당 비행기는 비행계획을 제출하지 않고 이라크에서 이륙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된 비행기는 이라크 당국으로부터 긴급히 비행계획 제출을 요구받았고, 비행계획 제출이 완료된 후 무사히 우리 영공을 통과했다"고 덧붙였다.

터키와 그리스는 최근 동지중해 천연자원 개발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2010년 미국의 지질조사 결과 터키 해안에서 지척인 키프로스 섬 인근 동지중해에는 17억 배럴의 석유와 122조 큐빅피트(cf)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 외무장관 탄 비행기, 터키 영공 진입 못 해 20분 선회
터키 해군은 지난 11일 지질 조사선 지질 조사선 오루츠 레이스 등이 22일까지 동지중해에서 천연가스 탐사 활동을 한다고 통보했다.

이 선박들의 작업해역은 키프로스 섬과 그리스 영토인 로도스·카파토스·카스텔로리조 섬 인근으로 그리스·키프로스가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겹친다.

1923년 터키 독립전쟁의 결과로 체결된 로잔 조약에서 양측이 이스탄불을 포함한 동트라키아 지역은 터키의 영토로 하고, 터키와 그리스 사이 바다인 에게해(海)의 섬은 그리스 영토로 하는 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터키는 지난 8월에도 오루츠 레이스를 키프로스 섬 인근 동지중해에 투입해 천연가스 매장 탐사에 나섰다.

그러자 그리스·키프로스는 키프로스 섬 인근 천연가스 시추권을 받은 프랑스·이탈리아와 함께 합동 훈련을 하며 터키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고 터키도 실사격 훈련으로 맞대응했다.

일촉즉발의 위기로 번진 긴장은 지난 달 12일 터키가 오루츠 레이스를 철수시키면서 다소 누그러들었고 양측은 천연자원 탐사와 관련한 회담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터키가 오루츠 레이스를 재투입하자 그리스는 "터키가 탐사선을 철수하지 않으면 회담도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