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가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홀딩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이를 제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중국 정부가 제동을 걸 수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사이먼 시거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정부로부터 강도 높고 장기적인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거스 CEO는 "지금은 지정학적으로 힘든 시기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라며 "(인수 허가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14일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400억달러(약 46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ARM은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지만, 반도체 설계의 기본이 되는 '명령어 집합체(ISA)'를 판매한다. 전 세계 스마트폰의 90% 이상이 ARM의 설계도를 활용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애플, 삼성전자, 퀄컴, 화웨이 등이다.

지난달 말 중국 매체 신랑재경도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중국 정부가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니광난(倪光南) 중국 공정원 원사는 한 포럼에서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대해 "틀림없이 우리에게 아주 불리한 일"이라며 "그러므로 상무부가 인수합병을 불허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중국 반도체 산업이 미국의 통제하에 처할 것을 우려해 중국 규제 당국이 ARM 인수를 불허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중국 등의 독점 규제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ARM은 중국에도 사무실을 두고 있다. 엔비디아는 ARM 인수를 완료하는 데까지는 18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