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도 반독점 보고서

구글, 검색시장 지배력 압도
아마존·페북은 경쟁사 인수
기업 분할·M&A 제한 권고

'독점 낙인' 억울한 테크 기업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반독점소위원회가 6일(현지시간) 애플과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4개 대형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처음 공개했다. 상·하원이 반독점법을 개정해 기업 분할 등 빅테크 기업들을 직접 규제해야 한다고 촉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애플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독점적 지위를 악용한 적이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보고서 “독점력으로 경쟁사 고사”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작성한 이번 보고서는 글로벌 IT 플랫폼을 장악한 4개 빅테크 기업들이 스마트폰과 유통, 검색·광고,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과점 또는 독점했다고 명시했다. 이를 이용해 가격을 통제하고 터무니없는 수수료를 부과했으며 경쟁사를 고사시켰다는 것이다. 반독점법을 재정비해 빅테크 기업 기능을 조정하고, 신규 인수합병(M&A)을 제한해야 한다는 권고를 담았다. 작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16개월간 집중 조사한 결과다. 총 449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앱스토어 지배권을 활용해 자사 제품이 먼저 선택되도록 했다. 앱을 검색하면 애플 제품이 먼저 노출되도록 해 경쟁사를 차별했다는 것이다. 미 휴대폰 시장을 과점한 게 이런 불공정을 촉발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아마존은 자사 판매망에 등록한 입점업체 정보를 부적절하게 수집했다. 10만 종이 넘는 자사 브랜드(PB) 상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아마존의 미 온라인 유통시장 비중은 50% 이상이란 게 보고서 분석이다.

구글의 시장 지배력은 더 압도적이다. 데스크톱 검색의 87%, 모바일의 경우 99%를 차지한다. 보고서는 “검색 및 광고 부문에서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 지역검색 서비스 업체인 옐프 등 경쟁사 정보를 몰래 가져다 썼다”고 했다.

페이스북은 경쟁사 인수와 기술 베끼기, 협박 등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는 게 보고서 주장이다. 페이스북은 경쟁사였던 인스타그램을 2012년, 왓츠앱을 2014년 인수했다. 마크 저커버그 CEO가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창업자를 만나 “우리의 (인수) 제안에 응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를 맞을 것”이라고 압박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美하원 "IT 빅4 독과점, 사업 쪼개라"…기업들 "위법 없었다" 반발

구글 등 “경쟁 얼마나 치열한데”
독점 지배력을 남용한 기업으로 명시된 구글 등은 일제히 반발했다. 사활을 걸고 경쟁을 이겨냈을 뿐 위법 행위가 없었다는 것이다.

애플은 긴급 성명에서 “시장을 과점한 사업 부문이 하나도 없다”며 “앱스토어의 최대 수혜자도 외부 개발자”라고 강조했다. 아마존은 자사 블로그에서 “기업 성공이 독점의 결과라는 추정은 옳지 않다”고 했다. 구글은 “검색과 메일 등 무료 서비스를 통해 매일 수백만 명의 미국인을 돕고 있다”며 “보고서 내용은 우리 경쟁사에서 제기한 잘못된 주장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또 “미국인들은 구글 서비스를 잘게 쪼개는 걸 원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조사를 받고 있는 페이스북은 더욱 강하게 반발했다. 이 회사는 “페이스북이 수십억달러를 추가 투자한 덕분에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모두 제2의 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며 “기업 인수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또 “과거나 지금이나 글로벌 시장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고 했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별도 성명에서 “기술 기업이야말로 미국의 글로벌 혁신과 힘을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은 존재”라며 “의회 보고서가 미국의 핵심 경쟁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거 후 쟁점으로 부상할 수도
미 하원이 보고서를 공개했지만 4개 기업에 대해 즉각 규제 절차에 착수하는 건 아니다. 여당인 공화당에서 반대 기류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53석을 차지하고 있는 다수당이다. 짐 조던 공화당 하원의원은 “기업 분할 등의 주장은 급진 좌파들의 희망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보고서 내용에 공감을 표시한 켄 벅 공화당 하원의원도 “(기업 분할과 같은) 톱이 아니라 수술용 메스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다음달 3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 결과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이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장악할 경우 반독점법 개정 움직임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반독점법 개정이 의회에서 승인되면 빅테크 기업들의 실제 분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보고서는 정부가 빅테크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