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반독점소위원회가 6일(현지시간) 애플과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4개 빅테크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처음 공개했다. 그러면서 의회가 반독점법을 개정해 빅테크 기업들을 직접 규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 반독점소위는 이날 보고서에서 “빅테크 4개 기업은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온 게 분명하다”며 “이들 기업의 서비스를 기능에 따라 분할하고 새 인수·합병 때는 기존 시장의 질서를 해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대형 기술 기업들이 과거 거대 석유기업이나 철도회사처럼 독과점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며 “엄청난 권력을 휘두르면서 터무니 없는 수수료를 부과하고 강압적인 계약 조건을 내세운다”고 지적했다.

반독점소위는 작년 6월부터 최근까지 빅테크 4개 기업의 경쟁 현황을 면밀히 조사해 왔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지난 7월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한 내용과 130만 건에 달하는 자료를 전수 분석했다. 뉴욕타임스가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분량이 449페이지에 달한다.

반독점소위는 “빅테크 기업들이 독점적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의회가 반독점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기능 분할 등 규제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발 데밍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번 조사 결과 대형 기술 기업들이 경쟁을 해치고 혁신을 억누르는 관행이 드러났다”며 “이들 기업에 책임을 묻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아마존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은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지금은 새 규제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지만 다음달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의원 선거 결과 의석 수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미국 의회가 빅테크 기업들을 쪼개는 작업에 당장 나서지는 않겠지만 신규 인수·합병엔 제동이 걸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