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그룹에서 손정의 회장만 자진 상장폐지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프트뱅크의 한 임원은 5일 보도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손 회장을 제외한 소프트뱅크그룹 임원들은 자진 상장폐지 계획이 무용하고 형편없는 발상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블룸버그는 소프트뱅크가 소수 주주로부터 지분을 매입하려면 최소 1000억달러(약 116조원)를 동원해야 한다고 봤다. 자진 상장폐지 계획이 회사 외부로 흘러나갈 때마다 회사 주가가 급등해 주식 공개매수 비용이 급증하는 문제도 발생해왔다.

또 다른 임원은 소프트뱅크가 비상장사로 전환하면 손 회장의 거칠고 충동적인 성향이 제어 불가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장사 시절에 비해 신규 주주 유입이 제한되면서 주주의 통제와 감시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소프트뱅크는 5년 전부터 자진 상장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이 줄어들자 손 회장은 상장폐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최근 소프트뱅크그룹이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을 매각하고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미국 이동통신사 T모바일, 통신 자회사 소프트뱅크 지분 처분에 나선 이유도 상장폐지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그룹의 시가총액이 보유자산 가치를 밑돌며 증시에서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에 종종 불만을 나타내왔다. 하지만 비상장사 전환이 손 회장에게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손 회장은 이미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 최고경영자(CEO) 자격으로 상장 상태에서도 그룹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고운 기자 c 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