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을 계기로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더 거세질 수 있다고 보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로 전문을 보낸 것에 대해 중국 관영 매체는 “대국적인 풍모를 보여줬다”고 자화자찬했다.

4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검열 강화로 웨이보(중국판 카카오톡)와 인민일보, CCTV 등 주요 SNS와 관영 매체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과 관련된 언급이 사라졌다. 앞서 미국에 대한 강경론을 주도해온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코로나19를 얕본 도박의 대가를 치른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이후 이 글을 삭제했다. 웨이보에 올라왔던 “코로나19가 트럼프 대통령을 이기기를 바란다” “(중국 명절인) 국경절(10월 1일) 선물이다” 등 조롱성 내용의 댓글도 일제히 삭제됐다.

CNN은 “중국 당국이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과 내용을 최대한 통제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미국의 대중 강경 노선을 강화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 부부에게 “빠른 쾌유를 바란다”는 위로 전문을 보냈다. 양국 관계가 ‘신냉전’으로 불릴 정도로 최악의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5일 사설에서 “시 주석의 위로는 대국적 풍모를 보여줬다”며 “이 메시지가 중·미 정상 간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일으켜 양국 갈등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위로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미 대통령 부부에 대한 인도주의적 안부”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이 같은 노력에도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류웨이둥 중국사회과학원 미·중관계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은 소식일 수도, 나쁜 소식일 수도 있다”며 “어느 쪽이든 트럼프가 강력한 중국 때리기 전술을 쓰는 걸 정당화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