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첫 미국 대선 TV토론이 수준 이하의 상호 비방전으로 끝마쳤다. 미국 언론들은 "한 마디로 끔찍했다"고 입을 모아 혹평했다.

29일(현지시간) 오후 9시부터 90분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케이스웨스턴리저브 대학에서 펼쳐진 토론은 악수나 인사도 없는 적대적 분위기로 시작했다. 시작부터 "입 닥치라"는 폭언이 쏟아졌고 사회자는 진행에 진땀을 뺐다.

바이든 후보는 자신이 당선될 경우 보수 지형을 바꾸기 위해 대법관을 확대할 의향이 있는냐는 질문에 "어떤 입장을 취하든 이슈가 될 것"이라며 답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라고 거듭 압박하자 바이든 후보는 "좀 닥치지 그래?(Will you shut up, man?)" 라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은 자신에게 유리한 법원을 만들 것"이라고 응수하자 바이든 후보는 "계속 지껄여보시던가(Keep yapping, man)"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의 마스크 착용을 조롱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그는 볼 때마다 마스크를 쓰고 있다"며 "내가 본 것 중 가장 큰 마스크와 함께 나타난다"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분열을 조장한다고 맞받았다. 그는 "인종차별주의자의 증오와 분열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개 호루라기'로 사용하려는 게 바로 이 대통령" 이라며 "이 사람은 흑인을 위해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개 호루라기는 선거에서 인종적 편견을 직접 드러내지 않으면서 유권자의 잠재의식을 자극해 표를 얻으려는 전략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 감금을 현저하게 증가시킨 1994년 범죄 법안 통과에 바이든 후보가 큰 역할을 했다며 "당신은 이 나라 누구 못지않게 흑인 사회를 나쁘게 대했다"고 반격했다.

토론 진행자인 폭스뉴스 앵커 크리스 월리스는 바이든 후보 발언마다 끼어드는 트럼프 대통령 탓에 진땀을 뺐다.


윌리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의 말을 계속 자르자 "바이든이 발언을 끝낼 수 있도록 해달라", "지금은 바이든 차례"라고 거듭 제지했다. 자신의 질문마저 막고 발언하려는 트럼프에게 "이 토론의 진행자는 나다. 대통령은 내 질문에 답변하라"며 "솔직히 당신이 많은 방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윌리스의 제지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말을 자르자 바이든 후보는 "이 광대와는 한마디도 얘기를 나누기가 어렵다"며 트럼프를 조롱했다.

토론에서는 거짓말도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은 중국 여행 금지를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언론들의 팩트체크 결과 바이든은 트럼프의 중국 여행 금지 조치를 지지했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로 인해 미중 무역적자가 심해졌다"고 했지만, 무역 전쟁으로 미중 상거래가 감소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2018∼2019년 대폭 줄었다.

미국 언론은 수준 이하의 첫 토론에 비판과 실망의 목소리를 냈다. CNN은 혼란과 인신공격 뿐인 토론이었다며 "한마디로 끔찍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토론 방해가 심했다고도 지적했다.

AP통신은 "첫 TV 토론에서 거짓말이 난무했다"고 혹평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토론을 '방해', '비난', '혼돈'이라는 세 단어로 정리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