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 와이너리 이어 미슐랭 별 3개 식당도 화재로 파괴…주지사, 비상사태 선포
"손바닥보다 더큰 재가 비처럼 내려"…캘리포니아 대형산불 맹위
대형 산불이 연달아 발생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일부 지역에 어른 손바닥보다 더 큰 재가 비처럼 쏟아졌다고 CNN 방송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75㎞가량 떨어진 샌타로자에 사는 한 주민은 동네 하늘에서 최소한 두 개의 커다란 재가 떨어진 것을 봤다고 이 방송에 말했다.

이 주민은 "내 집 앞 길거리에 그게 놓여 있었다"며 "처음에는 누군가의 가발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샌타로자 동쪽에서는 지난 27일 '글래스 화재'가 발생해 와인 산지로 유명한 나파 밸리의 저명 와이너리(양조장) 채토 보즈웰을 삼켜버리는 등 이날 오전까지 3만6천여에이커(약 146㎢)를 불태웠다.

그러나 진화율은 여전히 0%다.

이 주민은 이런 거대한 재가 글래스 화재가 시작된 27일부터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며 대부분은 불탄 나뭇잎이나 흰 재였다고 설명했다.

2017년에도 산불로 대피한 적이 있다는 이 주민은 아직 자신이 사는 지역에는 의무 대피령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중요한 서류와 가족 기념품을 챙겨두는 등 대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바닥보다 더큰 재가 비처럼 내려"…캘리포니아 대형산불 맹위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종말이 닥친 세상처럼 어두침침한 하늘을 배경으로 커다란 재가 눈발처럼 흩날리는 풍경이나 자동차 지붕이 희끗희끗한 재들로 잔뜩 뒤덮인 사진, 자동차 앞 유리가 새카만 재로 뒤덮인 사진 등이 돌고 있다.

지역 일간 SF게이트는 "올여름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뒤뜰과 자동차를 덮는 재에 익숙해졌지만 27일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확산한 산불의 여파로 주민들은 연기가 가득한 하늘에서 커다란 재 덩어리와 잔해가 떨어진다고 신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바닥보다 더큰 재가 비처럼 내려"…캘리포니아 대형산불 맹위
29일에도 산불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나파카운티에서 시작해 서노마카운티로 번진 글래스 화재로 이 2개 카운티의 주민 수천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고, 21명이 화상 또는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건축물 113채가 전소되고 2채가 파손됐으며, 나파밸리의 소도시 캘리스토가 외곽의 '캐스텔로 디 애머로사' 와이너리도 심하게 피해를 봤다.

또 캘리스토가에서는 주민 5천여명 전원에게 대피령이 떨어진 가운데 소방관들이 이 도시를 구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글래스 화재로 대피한 짐 커닝햄은 "차고 앞에 서서 집을 바라보며 이 집을 다시 볼 수 있을지 궁금해하게 된다"며 "가장 무서운 일은 알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래스 화재는 또 미슐랭 가이드 별 3개를 받은 세인트헬레나 외곽의 식당 '레스토랑 앳 메도우드'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소방관들이 소방차와 호스를 연결해 수영장 물을 끌어다 진화에 나서는 등 필사적으로 애를 썼지만 불길을 막지 못했다.

"손바닥보다 더큰 재가 비처럼 내려"…캘리포니아 대형산불 맹위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300㎞가량 떨어진 섀스타 카운티에서는 또 다른 대형 산불 '조그 화재'가 진행 중이다.

조그 화재는 이날 오전까지 4만여에이커(약 162㎢)의 산림을 불태우고 3명의 사망자를 냈지만 역시 진화율은 0%다.

또 이 산불로 건축물 146동이 파괴됐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전날 밤 나파·서노마·섀스타카운티 등 3곳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올해 발생한 산불 가운데 5건이 이 주 역사상 피해 규모가 가장 큰 산불 6위 안에 오르는 등 혹독한 산불 시즌을 맞고 있다.

여전히 진행형인 '오거스트 복합 화재'가 93만8천여에이커(약 3천796㎢)를 태워 가장 큰 면적을 태운 산불에 오른 가운데 'SCU 복합 화재', 'LNU 복합 화재', '노스 복합 화재', '크리크 화재'가 3∼6위를 차지하고 있다.

"손바닥보다 더큰 재가 비처럼 내려"…캘리포니아 대형산불 맹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