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생산 능력 확충에 보조금 29조원 투입 추진

민관일체로 반도체산업 키우는 中 겨냥…'서플라이 체인' 되돌려놓기 본격 추진

미 연방의회가 반도체의 국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신규로 총 250억 달러 (약 29조원) 규모의 보조금 투입을 추진 중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연방의회는 인텔 등 자국 반도체 업계의 개발·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거액을 지원하는 내용의 초당파 상·하 양원 일원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닛케이가 파악한 법안은 반도체 공장과 연구시설 등에 연방정부가 1건당 최대 30억 달러의 보조금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신문은 반도체 공장 건설에는 100억 달러가량 드는 경우도 많아 자금력이 경쟁력을 크게 좌우한다며 보조금 지급을 위해 15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만들어 10년간 운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안보상 중요한 반도체 생산의 경우 국방부 등이 50억 달러의 개발 자금을 공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뒤진 차세대 반도체의 미세화 기술 등을 만회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50억 달러의 예산이 추가 배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닛케이는 반도체 업계에 대한 보조금이 미 연방정부 차원에서만 총 250억 달러에 달하고 주(州)·지방 정부도 세금 우대 혜택 등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닛케이는 미국 반도체 업계에 대한 공적 지원은 2021회계연도(2020년 10월~2021년 9월) 예산에 포함하는 쪽으로 검토되고 있다며 제조업의 미국 되돌려 놓기를 원하는 트럼프 정권도 상·하원이 함께 추진하는 법안의 성립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거액의 공적 지원으로 반도체 산업을 키우는 중국에 맞서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판매시장은 최대인 인텔을 주축으로 한 미국계 기업 점유율이 47%를 차지하고 그다음이 한국(19%), 일본·유럽(각 10%), 대만(6%), 중국(5%) 순이다.

그러나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집계한 생산 능력 기준으로 보면 미국의 세계 시장 점율은 12%에 그치고 있다.

미국은 엔비디아, 퀄컴 등 반도체 회로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이 많아 생산을 대만 등 해외 업체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에 생산 능력을 기준으로 한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이미 15%를 기록해 미국을 웃돌고 있다.

중국은 2030년에는 세계 생산시장 점유율을 24%로 높여 대만을 제치고 선두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의 급격한 성장은 관민 일체로 반도체를 기간산업으로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4년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국책기금을 만들어 작년까지 1천400억 위안(약 24조원)을 투자했다.

여기에 중국 지방정부의 관련 기금을 포함하면 총 투자액은 5천억 위안을 넘는 규모로 알려졌다.

중국은 2025년에는 세계 반도체의 70%를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닛케이는 이런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미 의회와 행정부가 자국 반도체업계에 거액의 보조금을 주어 공급망(서플라이 체인)의 중심을 미국으로 되돌려 놓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