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24일 출범한 PCR검사 자회사를 시찰하고 있다.(사진=니혼게이자이신문)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24일 출범한 PCR검사 자회사를 시찰하고 있다.(사진=니혼게이자이신문)
소프트뱅크그룹이 기존 검사비용의 10분의 1 수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PCR(유전자) 검사 센터를 열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PCR검사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설립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검사센터가 24일부터 예약접수를 받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의 PCR 검사센터에서는 발열, 기침증세가 없는 무증상자도 1회 2000엔(약 2만2233원·배송료 제외)에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일본에서 무증상자가 PCR검사를 받으려면 보험적용이 안되기 때문에 1회에 2만~4만엔을 부담해야 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무증상자의 감염을 가려내지 못하면 코로나19를 수습할 수 없다"며 "경제의 재가동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누구라도, 언제라도, 몇번이라도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이 10분의 1 가격에 PCR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것은 검사인력을 최소화하고 검사키트를 대량 발주한 덕분이다. 지바현 이시카와시에 있는 국립국제의료연구센터 고노다이병원의 건물을 임차해 검사시설을 만들었고 다카라바이오사의 검사키트를 한번에 100만개 구매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손정의 회장이 이동통신 사업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와 같은 '가격파괴 전략'을 PCR 검사사업에도 적용했다고 평가했다. 파격적인 가격으로 다수의 가입자를 단숨에 확보해 채산성을 유지하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손 회장은 "PCR검사 회사를 통해 이익을 올릴 계획은 없다"며 PCR검사 사업은 사회공헌사업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올 봄 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 부족사태가 벌어졌을 때 중국에서 마스크를 조달해 일본 의료기관에 제공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 PCR검사 센터는 우선 보험적용이 안되는 무증상자를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등 법인 단위의 접수만 받는다. 겨울 이후 대상을 개인으로도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1일 4000명인 검사능력은 11월 중으로 1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전용키트로 타액을 채취해 운송회사를 통해 PCR검사 센터에 전달하면 2시간 만에 결과가 나온다. 의사가 검사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음성증명서는 발행하지 않는다.

소프트뱅크그룹이 PCR검사 사업을 시작함에 따라 일본의 PCR 검사능력도 상당 부분 늘어나게 됐다. 일본 정부가 1일 20만건의 PCR검사 체제를 목표로 내걸고 있지만 현재 검사능력은 7만건에 불과하다. 미국과 영국의 검사능력은 각각 50만건과 30만건이다. 손 회장은 "코로나19가 수습되면 PCR검사 자회사의 임무는 끝난다"며 "하루라도 빨리 이 회사가 청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