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우편 투표 용지가 실제 발송된 건 이달 초였습니다. 우편 투표가 주목을 받은 건 폭발력 때문이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대면 접촉을 꺼리는 유권자들이 대거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편 투표에 대해 여러 차례 불편함을 드러냈습니다. “사기와 부정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요. 최근 트위터에 “우편 투표를 시행하는 주(州)들은 더 이상 늦게 전에 포기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어제 기자회견에선 “대선 투표에서 질 경우 평화적으로 권력을 이양할 것이냐”는 기자 질문을 받자 “무슨 일이 생길 지는 그때 가봐야 한다(We’re going to have to see what happens)”고 했습니다.

사실 우편 투표 과정에서 부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현장 투표와 달리, 선거 감시인력을 24시간 배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편국 직원들이 모두 공무원이고, 코로나 비상 시국임을 감안하면 우편 투표보다 나은 대안을 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또 정밀한 사후 검증 작업도 거치게 됩니다.

트럼프의 대선 불복 시사는 전략적인 판단으로 보입니다. 실제 불복할 지 여부는 차치하고, 자신에게 투표하지 않을 경우 혼란이 계속될 수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안정을 원하는 유권자들은 트럼프를 선호할 수 있다는 겁니다.

대선 불복 논란은 뉴욕 증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매우 부정적입니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하는데, 트럼프가 11월 3일 대선에서 패배한 뒤 불복을 선언할 경우 초유의 불확실 상태가 적어도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겁니다.

아래는 이와 관련한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먼저 어젯밤 마감한 뉴욕 증시에서 특징적인 부분을 짚어 주시죠.

뉴욕 증시도 크게 출렁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다우와 S&P, 나스닥 3대 지수가 모두 소폭 상승한 채로 마감했습니다.

장 초반에는 약세로 출발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 불복할 것이란 관측이 있었고, 미국의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늘었던 영향도 있었습니다.

미 대선이 11월 3일인데 우편 투표는 이달 초부터 개시했습니다. 이게 부정 우려가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주장하면서, 선거 당일 만약 자신이 지는 걸로 나오면 불복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럼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연말까지 이어지게 되는 겁니다.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약간 늘어난 것으로 나오면서, 초반엔 증시가 많이 흔들렸습니다. 그러다 대형 기술주 등에 대한 매수세가 다시 유입됐고 강세로 마감했습니다.

▶글로벌 증시가 함께 흔들리는 모습인데, 현지에서는 어떤 전망들이 나옵니까.

월가에선 향후 전망을 놓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지수가 좀 오른 날은 낙관론이 우세했다가, 떨어지면 비관론이 앞서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이달 들어서는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거품론이 좀 더 우세했던 것 같습니다. 나스닥만 놓고 보면 지난 3월 중순 이후 8월 말까지 70% 넘게 뛰었습니다. 워낙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고평가 됐다는 인식이 퍼졌습니다. 흔히 주가수익비율, 즉 PER를 많이 인용하는데, 한국인이 가장 많이 투자한 테슬라 PER가 1000배입니다. 아마존은 116배이구요.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순 없지만, 삼성전자는 18배, 현대차는 24배입니다.

또 하나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입니다. 세계 경제가 미국 유럽 중국 등 북반구 국가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런 나라들에 추위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 환자, 또 독감 환자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그럼 기업 실적도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랐던 배경 중 하나가 “올해 2분기가 최악이었고, 3분기부터 V자 반등을 할 수 있다”는 기대였는데 이게 깨질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다 떨어지지 않고, 비대면 수혜주였던 아마존이나 엔비디아 같은 회사들이 큰 폭으로 뛰었던 것처럼 옥석 가리기가 더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실제 실적이 좋아지는 기업 위주로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다음 주 투자자가 눈여겨봐야 할 이벤트가 있다면.

다음주엔 10월이 시작하는 1일이 포함돼 있어, 9월 결산 지표들이 나옵니다.

지금 미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 팩터가 고용입니다. 미 중앙은행인 Fed도 물가안정보다 고용 증대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이걸 기준으로 모든 경제 정책이 운용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음주 금요일인 2일에는 미국의 9월 실업률이 발표됩니다. 미 실업률은 올해 2월에 3.5%였는데요, 4%대인 우리나라보다도 낮은,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후 4월에 14.7%까지 올랐다가 서서히 낮아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다시 10% 밑으로 떨어져 8.4%를 기록했는데, 이번엔 더 낮아졌을 지가 관건입니다. 매주 발표되는 실업수당 청구 건수를 보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을텐데, 8월 말부터 실업수당 신청자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줄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재확산 여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업률이 8월 대비 별로 떨어지지 않았다면 증시엔 부정적인 요인이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Fed는 미국 실업률이 올해 말 7.6%까지 낮아질 것으로 최근 예측했습니다.

소비심리 지수와 제조업 지수 등도 다음주에 나옵니다.

다음주 화요일에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심리지수, 수요일에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 그리고 목요일에 미국 소비지출 및 제조업지수 등이 발표됩니다. 이런 지표가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느냐가 관건인데, 요즘 증시 변동폭이 워낙 커진 탓에 지수 발표 때마다 시장이 출렁일 수 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